어느 농촌교회 목사님의 마지막 글

2007. 12. 8. 19:57참고자료/4,예화자료

 

 

 

고(故) 虛耳(만득이) 전생수 목사의 유서
이 땅에 '아무개'라는 이름을 달고 산 지 쉰 한 해 되는 봄. 예수의 도에 입문한 지 스물 여덟 번째 되는 해에 유서를 쓰노라.
나는 스물 셋 되던 해에 예수의 도에 입문하여 늦은 나이에 학문을 접하며 좋은 스승들을 만났고 좋은 길벗들을 만나 여기까지 살게 된 것에 감사하노라.

나는 오늘까지 주변인으로 살게 된 것을 감사하고 모아 놓은 재산 하나 없는 것을 감사하고 목회를 하면서 호의호식하지 않으면서도 모자라지 않게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이 땅에서 무슨 배경 하나 없이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얻을 것도 없고 더 누릴 것도 없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노라.

사람들의 탐욕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고 사람들의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내달리며, 세상의 마음은 흉흉하기 그지없는 때에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노라.

이에 남은 이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노니,

첫째, 나는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리면 치료를 받지 않을 것인즉, 병원에 입원하기를 권하지 말라.
둘째, 나는 병에 걸려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어떤 음식이든 먹지 않을 것인즉 억지로 권하지 말라. 또한 내가 의식이 있는 동안에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를 꺼려하지 말라.
셋째, 내가 죽으면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알려 장례를 번거롭게 하지 말라.  
넷째, 내가 죽으면 내 몸의 쓸모 있는 것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내가 예배를 집례할 때 입던 옷을 입혀 화장을 하고,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고향 마을에 뿌려 주기를 바란다.  
다섯째, 내가 죽은 뒤에는 나에 대한 어떠한 흔적도 땅 위에 남기지 말라.(푯말이나 비석 따위조차도) 와서 산만큼 신세를 졌는데 더 무슨 폐를 끼칠 까닭이 없도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나는 목회자로 살면서 목회를 위한 목회, 교회를 위한 목회를 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한 사람 한 사람 속에, 그리고 우리 가운데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목회를 하였으니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가 영원한 생명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으리라 확신하노라.

예수의 도에 입문한지 스물여덟 번째 되는 해 봄 사순절 첫 날에    虛耳(만득이) 전생수 씀 

평생 농촌 목회에 헌신하시다가 철야기도 중 뇌출혈로 소천
이 유서는 사순절 기간에 쓰셨다는데 죽음을 예감하셨던듯..
40여명 노인 교인들만 있는 농촌 추평 교회..
평생 자연에도 빚진 마음으로, 감사하시며,
나그네로서 살다가려고 노력하셨다고 한다.
그분이 돌아가신 후 시신의 장기가 7명에게 기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