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7. 00:16ㆍ참고자료/4,예화자료
후쿠시마 사토시(45)는 동양판 ‘헬렌 켈러’로 불립니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은 그가 도쿄대학교의 교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생후 5개월 만에 안질환으로 오른쪽 눈을 잃었고 9세 때는 왼쪽 눈마저 실명했습니다. 엎친데 덮친다고 19세가 되던 해에는 특발성 난청으로 인해 청력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 맞다나 “밤바다 시커먼 어둠 속으로 깊이 가라앉는 기분”이었고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후쿠시마가 시청각장애인이 된 지 3개월쯤 된 어느 날 그는 답답한 나머지 부엌에서 어머니에게 짜증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달려와 그의 손을 잡더니 손가락에 어머니의 손가락으로 “사토시 알아듣겠니?”라고 점자로 쳤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손가락으로 상대방 손가락의 정해진 위치를 짚어줘 자모를 인식케 하는 ‘손가락 점자’ 대화법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손가락 점자는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익숙해지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풍부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의 대화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 손가락 점자의 발견으로 후쿠시마는 다시 세계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3 때 후쿠시마의 담임선생님은 갑자기 시청각장애인이 되어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학문이 네 미래를 열어 줄 거야"라고 격려하며 대학 진학을 권했고 「후쿠시마 사토시 군과 함께 걷는 모임」이라는 자원봉사그룹을 만들어 그의 진학과 대학생활을 지원했습니다. 그는 장애인으로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1983년에 도쿄도립대학 인문학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동료 대학생들은 그와 대화하기 위해 손가락 점자를 배웠고 이 손가락 점자를 통해 비장애인 학생들과 세미나에서 자유토론으로 밤을 새우기도하고, 장애인 문제나 연애론을 놓고 격론을 벌이기도하며, 때로는 시끌시끌한 미팅도 즐기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의 옆에는 부인 미츠나리 사와미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14년 전 수화전문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두 부부는 손을 꼭 잡은 채 대화합니다. 후쿠시마는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은 부인의 손가락 점자를 통해 통역됩니다. 이런 식으로 그는 남의 강의도 들고 자신의 강연도 하며, 회의도 주재합니다.
드디어 도쿄대학의 교수가 된 그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여 “손가락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는 3명뿐이라고 들었다”며 “이중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손가락 점자를 보급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5천여 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을 위한 손가락 점자 통역인은 한명도 없다 합니다.
후쿠시마 사토시가 시청각을 모두 잃고도 교수가 되었고 시청각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뛰어난 능력이라기보다는 그를 귀하게 여기고 도와준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장애인을 보고 이것이 누구 죄 때문인가 물었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어느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일이 나타나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사토시가 그 일이 앞장 선 것은 우리의 본받아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요 9: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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