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얼토당토 않는 소리』, 『어림 택도 없는 소리』,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소리』 등의 말을 들을 때 흔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한다』라고 한다. 국어학자인 모 대학 교수 한 분이 경상도 지방을 여행하다가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에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우리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이쪽 귀로 듣고 저쪽 귀로 흘려 버렸겠지만 자기가 맡은 분야가 분야인지라, 정신을 집중시킬 수밖에, 다름 아닌 길옆에서 괭이를 둘러메고 못자리판을 살피던 웬 노인 한 분이 혼잣말로『쯧쯧! 또 귀신이 씨나락을 반이나 까먹었구먼!!』. 국어학자인 교수는 당시 전래되는 아름다운 우리말의 어원을 찾아 전국방방곡곡을 헤매고 있었으며, 바로 그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그의 뇌 속에서 벵벵 돌고 있었던 차에 이런 말을 듣게 되고 보니 반가울 수밖에!! 뭔가를 건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교수는 체면이고 나발이고를 가릴 것 없이, 인사도 생략하고 그 노인에게 다가가 『영감님! 영감님이 금방 하신 말씀 '귀신 씨나락 까먹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 지요?』라고 묻게 된 것이다. 교수를 힐끗 보고는 내뱉듯이 노인 왈 『아! 이걸 보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못자리판에 뿌린 볍씨가 싹이 반도 트지를 안았소!! 이게 바로 귀신이 씨나락을 까먹은 게 아니고 뭐란 말이오?』교수는 무안한 기색도 없이 노인에게 더 다가가 『아! 그렇다면 귀신이 씨나락을 까먹는다는 것이 사실이란 말입니까?』『사실이다마다! 그렇지 않고서야 충실한 놈으로 골라서 뿌린 볍씨가 왜 싹이 안 텄겠소?』학자 교수는 옳다 꾸나 싶어 뛰는 가슴으로 『영감님! 어쩌면 이 말의 뜻도 아실 듯 한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지 마라'라는 말 말입니다.』그러자 노인은 『당신이 누군데?』. 학자 교수는 자신에 대해서 정식으로 소개하자 노인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예로부터 농사짓는 농부들에게 있어서 씨나락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종자씨, 볍씨가 아니다. 가을 추수가 지나면 수확한 벼중에서 상중상, 그 중에서도 가장 충실하고 튼튼한 것을 선별, 씨나락으로 담아 놓고 아무리 먹을 것이 없고 허기가 져서 죽으면 죽었지 씨나락은 축내지 않았다. 씨나락은 농부들에게 희망 그 자체였으며, 씨나락을 축낸다는 건 희망이 손상됨으로 알았다. 그렇게 토실토실하고 완전한 씨나락을 다음해 모판에 뿌려서 싹이 나지 않으면 귀신이 씨나락을 까먹은 걸로 알았다. 지난해 귀신이 씨나락을 다 까먹어서 농사를 망친 김노인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금년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귀신으로부터 옆방의 씨나락을 지키려고 다짐을 하였다. 밤잠이 없는 김노인은 밤중에 부시럭 소리만 나도 '이게 무슨 소리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제?' 하면서 밤이면 밤마다 집안 식구들을 깨워 비상을 거는 것이었다. 노인의 신경은 더욱 쇠하여 가고, 밤마다 '이놈의 귀신아 내가 모를 줄 알고!! 내 다 알고 있으니 썩 물러가거라!! 이놈의 씨나락 귀신아!! 집안 식구들은 김노인의 씨나락 까먹는 귀신 소동으로 모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겨울 내내 식구들은 잠을 이룰 수 없고 효성이 지극한 아들은 아버지 김노인께 가서 '아부지!! 제발 그 귀신 씨나락 까 묵는다는 소리 좀 하지 마이소 인자 고마 미치겠십니더'』라고 하면서 노인의 설명은 끝을 맺었다(인터넷 부분 발췌). 우리 주위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서 주위를 썰렁하게 또는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것을 본다. 씨나락은 볍씨, 즉 벼의 종자이다. 관세율표에서 파종용 종자ㆍ과실 및 포자는 원칙적으로 HS 1209호에 분류된다. 그러나 제 12류 주-3에서 채두류와 스위트콘(제7류), 제9류의 향신료와 기타의 물품, 곡물(제 10류), 1201호 내지 1207호 또는 1211호의 물품은 1209호에서 제외시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HS1006호에서 『쌀(벼를 포함한다)』로 되어 있고, 벼가 특게되어 있으므로 파종용 여부에 관계없이 씨나락은 HS 1006호에 분류되는 것이다.

출처 : 정보공유클럽

글쓴이 : 센스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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