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831 지진에도 견딘 호텔건물

2008. 6. 10. 00:50참고자료/4,예화자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는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위대한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서 매우 독특한 양식의 건축 설계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라이트는 지금부터 80여 년 전 어떠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호텔(임페리얼 호텔)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지인 일본 도쿄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건축 부지를 검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텔을 신축할 부지의 2.4m 아래에는 젤리처럼 유동적인 진흙층이 18m 정도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추 구멍을 뚫을 때마다 순식간에 물이 가득 차 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는 부적당한 부지라며 다른 곳에 호텔을 짓든가 아니면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라이트는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건축방법을 달리하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전략은 호텔을 배처럼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단단하게 건축하지 않고 그 충격에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계획에 찬동하지 않았지만 라이트는 그들의 의견에 개의치 않고 이를 실행했습니다.  

 

진흙층에 지지물을 묻고 그곳에 외팔 보를 세워 기초를 세웠습니다. 객실들은 그 단면이 기차처럼 되게 배치하고 서로 맞물리게 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전기와 수도관의 일부는 흔들려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직 기둥에 묶어서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지진에 뒤따르는 화재를 제어하기 위해서 호텔 뜰에 대형 수영장을 배치했습니다. 미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라이트는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호텔이 완공되고 얼마 되지 않은 1923년 10월 1일에 도쿄에는 역사상 전례 없는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시 전체가 불바다가 되고 14만 명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이 소식이 라이트가 있던 미국에도 전해졌습니다. 그 당시는 통신체계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신문은 임페리얼 호텔이 무너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느 기자가 그 사실을 확인하러 라이트에게 물었습니다. 라이트는 그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신문사가 그런 기사를 보도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그 사실이 틀렸다고 정정 보도를 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며칠 후 일본에서의 사태가 정확히 보도되었습니다.  

 

그 호텔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서 객실을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지진 때문에 호텔에도 화재가 발생했으나 호텔에 설치된 수영장 의 물로 불길을 잡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지금은 도쿄에서 그 호텔을 찾을 수 없습니다. 1960년대에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지진이나 어떤 다른 자연의 재해 때문이 아니라 보다 더 현대적인 건물을 짓기 위해 해체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설계가 재난을 이긴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집을 짓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인생설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희 중에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예산하지 아니하겠느냐[눅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