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군데 군데 모르는 척 하기

2006. 1. 25. 22:07회원자료/1.휴게실

사람이 하기 힘든 일 중의 하나가 자신이 알고 있는 일을 모른 척 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과시욕과도 조금은 관련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아이들이 흔히 듣는 동화 속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라고 외쳤던 그 모자 만드는 이는 그 무시무시한 비밀 때문에 시름에 빠져 목숨을 잃었겠습니까? 좋은 뜻으로 해석하면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픈 마음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너무나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모일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이 다 꽉 짜여져 있는 사람에게서 사람들은 거리감을 느끼기 쉽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에게 주눅 든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자연스럽게 피해가기 마련입니다.

적당 적당하게 사람을 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면 이런 태도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입니다. 사실 인간이란 얼마나 약점이 많은 존재입니까? 그 약점이나 치부들이 들춰질 때마다 지적하고 따진다면 온전하게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큐정전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중국의 노신(魯迅)선생은 그의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라는 책에서 이런 충고를 하고 있습니다.
『명망 있는 학자와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의 말 가운데 군데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척 해야 합니다. 너무 모르면 업신여기게 되고, 너무 잘 알면 미워합니다. 군데군데 모르는 정도가 서로에게 가장 적합합니다.』

이른바 지식인 사회에서도 적절한 처신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책의 제목인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의 의미는 풀어서 해석하자면 어떤 상황에 즉각즉각 대응하지 않고, 꽃이 다 떨어진 저녁까지 기다린 다음에 매듭짓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섣불리 경솔하게 처신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을 고려해서 여유로운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의미라 하겠습니다.

때로는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상대방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고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배려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충고가 자극이 되어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거꾸로 심한 충격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너그럽습니까? 우리가 그들에게 바라는 만큼의 여유로운 사랑을 나누어주시기 바랍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그 틈 속에 여러분들의 이웃에 대한 배려가 숨어있습니다. 때로는 그 틈이 필요할 때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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