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사 개관
2010. 6. 21. 01:02ㆍ교회사자료/2.초대교회사
초대교회사 개관
[라은성 교수의 교회사 학교 1] 교회사를 왜 배워야 합니까?
성민은 토요일 오전이 되기를 일주일 내내 기다렸다. 왜냐하면 지난 주 교수님이 추천하신 책을 읽기도 하고, 그동안 회피했던 교회사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니 기대감이 더욱 더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간밤에 설치다보니 세면대에 가서 얼굴을 보았더니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고 ‘교회사 학교’로 향했다. 일주일 전에 참여했던 자세와는 달리 성민은 기대에 찬 얼굴과 호기심을 가지고 갔다. 오늘 따라 왠지 버스가 늦게 오고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게 느껴진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다. 지하철 안에서 자리가 비어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안지 않고 서서 차창 가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싱글벙글한다. 기대에 찬 모습이다.
지하철을 내려 상상에 그리던 ‘교회사 학교’ 건물에 이르러 3층으로 단숨에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벌써 다른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들 인사하며 정답게 모닝커피를 마시고 다과를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성민입니다. 지난주에 처음 이 학교에 입학한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민은 돌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미소를 띠었다. 모두들 정답게 맞아주었다. 이전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되어 교수님이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문을 열고 옆에는 몇 권의 책을 안고 들어오신다.
“안녕 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우리 사랑하는 주님께서 여러분들에게 평안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주제는 초대교회사에 관한 개관입니다. 교회사를 배우기 전에 먼저 기억하실 것은 전체적인 숲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런 후 숲속에 있는 각종 나무들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하게 진행되는 교회사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잃었을지라도 다시금 찾아올 수 있는 것은 전체적인 윤곽을 마음에 그리고 있으면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 초대교회사라고 말하면 무엇이 연상되십니까?”
“핍박이지요” 라고 누군가가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초대교회사에 나타난 핍박은 정말 우리들에게 크나 큰 도전과 신앙의 충격을 안겨다 줍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것이 없을까요?”
대답하는 사람들이 없는 듯싶었다. 잠시 답변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더니 교수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면서 “쉽지 않죠? 혹시나 ‘교부들’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영어로는 Fathers라고 하지요”라고 하시면서 흑판에 영어로 ‘초대교회사’라는 제목을 크게 쓰신 후, 그 아래에 ‘persecution(핍박)’과 ‘Fathers(교부들)’이란 단어를 쓰셨다. 이어서 ‘Roman Empire(로마제국)’이란 단어를 쓰셨다. 또 ‘Heresies(이단들)’이란 네 단어를 ‘초대교회사’라는 말 아래 쓰셨다 :
계속해서 교수님은 이렇게 흑판에 분필로 단어위에다 원을 그리시면서 강조하셨다.
“초대 교회사를 이해하는 주요한 단어들, 즉 주제들입니다. ‘핍박’ ‘교부들’ ‘로마제국’ ‘이단들’ 입니다. 초대교회사와 연관된 책을 읽으시다가 길을 잃거나 맥을 잊으실 때에도, 아니면 방대한 내용을 읽으시다가도, 꼭 기억하실 것은 ‘초대교회사’는 위의 네 가지 핵심적인 단어, 즉 주제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핍박’은 로마제국 황제 네로시대부터 시작하여 313년 황제 콘스탄틴이 제국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종교의 자유, 즉 밀라노 칙령 (edict of Milan)이 내려진 때까지 기독교인들에게 로마인들이 가한 육체적, 물질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제제를 말합니다. 그런데 유의하실 것은 항상 로마제국 전체에 있는 기독교인들을 박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간헐적이면서, 지협적이다가 3세기에 이르러 대체적으로 전체적이고 일관적으로 기독교인들을 로마인들이 핍박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습니까? 박해의 시작은 황제 네로 때부터이고, 박해, 즉 핍박의 종결은 황제 콘스탄틴에 의해서 이뤄집니다”
“교수님, 그런데요. 네로가 왜 기독교인을 핍박했을까요?” 하며 학생 중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핍박의 원인은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대체적으로 기독교인이라는 단순한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교수님은 친절하게 응답하셨다. “또 질문이 있으십니까?” “없으시면, 계속하여 간략하게 설명, 즉 개관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주요한 사항은 ‘교부들’입니다. 교부들이란 대체적으로 세부분으로 나눠집니다” 하시며 흑판에 다음과 같이 쓰셨다 :
“1-2세기 교부들은 대체적으로 서신들을 쓰신 분들입니다. 동시에 장열하게 순교하신 분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부들이 순교하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 2-3세기 교부들을 ‘변증가들’이라고 부릅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는지요?” “‘변증’이라는 단어에서 생각이 나지 않습니까? 기독교를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것, 즉 기독교를 오해하는 자들에게 기독교를 설명하고 변호한다는 것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기독교 내에 ‘이단들’이 생겨나거나 그릇된 사상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독교를 변호하고 설명해야할 필요성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가리켜 ‘변증가들’이라고 합니다. 변증가들은 1-2세기 교부들과는 달리 ‘작품들’을 씁니다. 1-2세기 교부들은 ‘서신들’을 대체적으로 썼다면, 변증가들은 ‘작품들’을 썼다는 것이지요. 그 사이에는 ‘이단들’이 등장한다는 것이거나 그릇된 사상들이 있어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후기 니케아 교부들’이란 말은 325년에 있었던 ‘니케아 범종교회의’ 이후의 교부들, 즉 교회의 지도자들, 또는 기독교 고전들을 남긴 분들을 말합니다.” 이렇게 길게 설명하시면서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흑판에 요약 글을 쓰셨다 :
“어떻습니까? 정리가 되십니까? 교부들을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는 것 말이지요.”
“그러면 교수님, 1-2세기 교부들은 누구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2-3세기 교부들이나 후기 니케아 교부들은 누구누구십니까?”라고 어느 학생이 질문했다.
그러자 “참 좋은 질문입니다. 많은 교부들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분들이라도 들었다는 정도로만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흑판에 썼다 :
“지금은 생소한 이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간에 한분씩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분들의 이름들을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면 교회사는 어려워지는 셈이죠. 그래서 먼저 이런 분들의 이름이라고 들었다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너무 부담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엇이든지 반복하면 이해되게 되어있습니다.”
성민은 그렇게 어려웠던 교회사가 조금씩 풀려지는 듯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읽었거나 들었던 조각난 초대교회사에 대한 지식들이 연결되는 듯했다. 마치 비행기나 높은 빌딩에서 도시의 건물들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또 창가 밖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혼자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초대교회사란? 크게 네 가지 핵심적인 줄거리가 있단 말이지! 핍박, 교부들, 로마제국, 그리고 무엇이더라... 그렇지! 이단들. 흠... 핍박, 교부들, 로마제국, 그리고 이단들...”
성민은 기대가 된다. 정말 교회사 학교에 들어온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게 생각했다. 과거에 지나온 신앙의 선배들을 살펴본다는 놀라운 일에 동참하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했다. 쉬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계속하여 수업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성민만이 아니었다. 서로 담소를 나누는 주위 분들 모두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우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진리로 가득 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두 번째 시간이 시작된다.
“앞 시간에 저는 여러분들에게 초대교회사의 4가지 핵심적 단어들, 즉 주제들을 알려드리다가 마친 것 같습니다.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 핵심적 단어, 즉 주제는 ‘로마제국’입니다. 로마사를 이해하는 것은 기독교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초대교회사에만 아니라, 중세교회사에 들어서서는 로마제국이 다시금 신성로마제국과 비잔틴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제국과 교회는 항상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역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핍박 동안에는 제국에 대한 변증하는 입장이었던 교회가 인정을 받고 보호를 받으면서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함께 지니고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교분리’(laicisation)라는 말을 모두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예”라고 모두들 응답했다.
“이 시간에 정교분리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교회사를 이해하려면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초대교회사를 이해하려면 로마제국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로마제국은 핍박과 관련 있는 것만이 아니라 313년 이후 교회의 보호자로 자처하는 로마제국의 변천에 따라, 교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여기까지 설명하신 후, 교수님은 흑판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쓰셨다.
흑판에 위와 같이 쓰시곤, “네로 때부터 로마제국은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네로에 대해서는 1896년 폴란드 작가인 센키에비치가 쓴 작품인 ‘쿼바디스 도미네’가 요즈음 영화화로 되어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 어떻게 기독교인들을 네로가 핍박하고 학살을 행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내용이지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하워드 파스트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한 ‘스팔타커스’를 보셨을 것입니다.
그 영화를 보면,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영화의 장면에는 약 6,000여 명의 노예들이 십자가에 달려 죽게 됩니다. 제일 마지막에 십자가에 달린 스팔타커스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크라수스가 한 젊은 장군과 함께 말을 타고 나오면서 나누는 대화에서 ‘네가 가장 무섭다’라고 합니다. 크라수스를 도운 그 장군이 바로 후에 ‘율리우스 시저’로서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황제로 군림하려고 할 때 친구, 브루투스와 그의 일행에 의해 잔인하게 죽게 됩니다. 게다가 그는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의 사랑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합니다. 혹시 어때요? 역사물 영화를 보았던 것이 이제 교회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하하하. 그래서 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역사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교회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초대교회사를 이해하는데 네 번째 주요한 주제를 ‘이단들’이라고 했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핍박을 받는 가운데서 이단자들이 교회 속에 존재했었고,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먼저 이해하실 것은 ‘이단성’ (heretic), ‘이단’ (heresy), 그리고 ‘이단자’ (heretic)를 구별하여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단’ (heresy)이라는 말은 헤롤드 브라운이 쓴 『이단과 정통』(Heresies)에 보면, 이단을 정의하기를 ‘음흉한 “당파”라는 의미를 가진다. 사도행전 5:17과 15:5에서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에게서 “이단”은 거짓 믿음에서 나온 분리 또는 파당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린도전서 11:19; 갈라디아서 5:20).’ 그렇습니다. 이단은 파당을 만들 때 비로소 불립니다. 다시 말하면, 이단성을 가진 자들이 파당을 만들 때 이단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단에 속한 개인들을 가리켜 ‘이단자’라고 하지요.”
성민은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단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언급하시는 책, 『이단과 정통』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교수님은 강의를 계속하신다.
“위에서 언급한 교부들과 이단을 연결시켜 이해하셔야 합니다. 말씀드릴 때, 교부들을 1-2세기 교부들, 변증가들로 구분했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릴 때는 1-2세기 교부들과 변증가들의 구분되는 것은 전자는 주로 서신들을 썼다는 것이고 후자는 작품들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동시에 구분되는 다른 한 가지는 후자가 이단들에 대한 작품들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전자와 후자의 구분을 이단들의 등장이라는 말로 이해하셔도 좋을 상 싶습니다.”
“간략하게 ‘이단들’에 대해 말씀을 드린다면, 1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던 ‘영지주의’ (Gnosticism)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영지주의는 2004-5년에 전세계의 베스트셀러로 등장했던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요. 앞으로 교회사에서 영지주의의 영향을 막대합니다. 이러한 위험성을 알고 골로새서, 고린도전후서, 또는 요한서신서에서 신약성경은 기독교인들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영지주의 자체는 이단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단성을 갖도록 영향을 준 사상입니다. 초대교회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 이교사상입니다. 영지주의는 신플라톤주의, 유대주의, 동방종교, 그리고 기독교를 혼합하여 만들어진 혼합종교입니다. 이러한 사상이 이단자들이 생겨나도록 했는데...” 하시면서 흑판에다 다음과 같이 쓰셨다.
“1-2세기 초대교회에 나타난 최초의 이단들인, 마르키온과 몬타니스트는 영지주의의 영향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 후, 변증가들과 후기 니케아 교부들 사이에 등장한 이단들은 삼위일체론을 둘러싸고 일어난 ‘아리안들’(Arians)이 있습니다. 대표적 이단입니다. 보다 자세한 것은 계속 되는 강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같이 기도드리도록 합시다.”
기도를 마친 후, 성민은 지금까지 너무나도 무지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기독교의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말로 무엇인가 뚜렷하게 아직 붙잡지는 못하고 있지만 깨달음의 기쁨이 가득차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다보니 다음 주 강의가 기다려졌다.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
마침내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간밤에 설치다보니 세면대에 가서 얼굴을 보았더니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고 ‘교회사 학교’로 향했다. 일주일 전에 참여했던 자세와는 달리 성민은 기대에 찬 얼굴과 호기심을 가지고 갔다. 오늘 따라 왠지 버스가 늦게 오고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게 느껴진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다. 지하철 안에서 자리가 비어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안지 않고 서서 차창 가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싱글벙글한다. 기대에 찬 모습이다.
지하철을 내려 상상에 그리던 ‘교회사 학교’ 건물에 이르러 3층으로 단숨에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벌써 다른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들 인사하며 정답게 모닝커피를 마시고 다과를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성민입니다. 지난주에 처음 이 학교에 입학한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민은 돌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미소를 띠었다. 모두들 정답게 맞아주었다. 이전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되어 교수님이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문을 열고 옆에는 몇 권의 책을 안고 들어오신다.
“안녕 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우리 사랑하는 주님께서 여러분들에게 평안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주제는 초대교회사에 관한 개관입니다. 교회사를 배우기 전에 먼저 기억하실 것은 전체적인 숲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런 후 숲속에 있는 각종 나무들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하게 진행되는 교회사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잃었을지라도 다시금 찾아올 수 있는 것은 전체적인 윤곽을 마음에 그리고 있으면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 초대교회사라고 말하면 무엇이 연상되십니까?”
“핍박이지요” 라고 누군가가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초대교회사에 나타난 핍박은 정말 우리들에게 크나 큰 도전과 신앙의 충격을 안겨다 줍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것이 없을까요?”
대답하는 사람들이 없는 듯싶었다. 잠시 답변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더니 교수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면서 “쉽지 않죠? 혹시나 ‘교부들’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영어로는 Fathers라고 하지요”라고 하시면서 흑판에 영어로 ‘초대교회사’라는 제목을 크게 쓰신 후, 그 아래에 ‘persecution(핍박)’과 ‘Fathers(교부들)’이란 단어를 쓰셨다. 이어서 ‘Roman Empire(로마제국)’이란 단어를 쓰셨다. 또 ‘Heresies(이단들)’이란 네 단어를 ‘초대교회사’라는 말 아래 쓰셨다 :
초대교회사 persecution(핍박) Fathers(교부들) Roman Empire(로마제국) Heresies(이단들) |
계속해서 교수님은 이렇게 흑판에 분필로 단어위에다 원을 그리시면서 강조하셨다.
“초대 교회사를 이해하는 주요한 단어들, 즉 주제들입니다. ‘핍박’ ‘교부들’ ‘로마제국’ ‘이단들’ 입니다. 초대교회사와 연관된 책을 읽으시다가 길을 잃거나 맥을 잊으실 때에도, 아니면 방대한 내용을 읽으시다가도, 꼭 기억하실 것은 ‘초대교회사’는 위의 네 가지 핵심적인 단어, 즉 주제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밀라노 칙령의 일부분 |
“교수님, 그런데요. 네로가 왜 기독교인을 핍박했을까요?” 하며 학생 중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핍박의 원인은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대체적으로 기독교인이라는 단순한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교수님은 친절하게 응답하셨다. “또 질문이 있으십니까?” “없으시면, 계속하여 간략하게 설명, 즉 개관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주요한 사항은 ‘교부들’입니다. 교부들이란 대체적으로 세부분으로 나눠집니다” 하시며 흑판에 다음과 같이 쓰셨다 :
교부들 1-2세기 교부들 2-3세기 교부들 (변증가들) 후기 니케아 교부들 |
“1-2세기 교부들은 대체적으로 서신들을 쓰신 분들입니다. 동시에 장열하게 순교하신 분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부들이 순교하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 2-3세기 교부들을 ‘변증가들’이라고 부릅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는지요?” “‘변증’이라는 단어에서 생각이 나지 않습니까? 기독교를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것, 즉 기독교를 오해하는 자들에게 기독교를 설명하고 변호한다는 것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기독교 내에 ‘이단들’이 생겨나거나 그릇된 사상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독교를 변호하고 설명해야할 필요성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가리켜 ‘변증가들’이라고 합니다. 변증가들은 1-2세기 교부들과는 달리 ‘작품들’을 씁니다. 1-2세기 교부들은 ‘서신들’을 대체적으로 썼다면, 변증가들은 ‘작품들’을 썼다는 것이지요. 그 사이에는 ‘이단들’이 등장한다는 것이거나 그릇된 사상들이 있어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후기 니케아 교부들’이란 말은 325년에 있었던 ‘니케아 범종교회의’ 이후의 교부들, 즉 교회의 지도자들, 또는 기독교 고전들을 남긴 분들을 말합니다.” 이렇게 길게 설명하시면서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흑판에 요약 글을 쓰셨다 :
1-2세기 교부들 — 서신들을 남긴 자들 2-3세기 교부들 — 변증가들, 지도자들, 작품들을 남긴 자들 후기 니케아 교부들 — 325년 니케아 범종교회의 이후의 교회 지도자들 및 작가들 |
“어떻습니까? 정리가 되십니까? 교부들을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는 것 말이지요.”
“그러면 교수님, 1-2세기 교부들은 누구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2-3세기 교부들이나 후기 니케아 교부들은 누구누구십니까?”라고 어느 학생이 질문했다.
그러자 “참 좋은 질문입니다. 많은 교부들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분들이라도 들었다는 정도로만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흑판에 썼다 :
1-2세기 교부들 — 바나바, 허마, 클리멘트, 폴리캅, 익나티우스 2-3세기 교부들 — 저스틴 마터, 이레니우스, 클리멘트, 오리겐, 터툴리안, 키프리안 후기 니케아 교부들 — 아타나시우스, 존 크리소스톰, 3명의 캅파토키안들, 암브로스, 제롬, 어거스틴, 등등. |
“지금은 생소한 이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간에 한분씩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분들의 이름들을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면 교회사는 어려워지는 셈이죠. 그래서 먼저 이런 분들의 이름이라고 들었다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너무 부담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엇이든지 반복하면 이해되게 되어있습니다.”
성민은 그렇게 어려웠던 교회사가 조금씩 풀려지는 듯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읽었거나 들었던 조각난 초대교회사에 대한 지식들이 연결되는 듯했다. 마치 비행기나 높은 빌딩에서 도시의 건물들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또 창가 밖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혼자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초대교회사란? 크게 네 가지 핵심적인 줄거리가 있단 말이지! 핍박, 교부들, 로마제국, 그리고 무엇이더라... 그렇지! 이단들. 흠... 핍박, 교부들, 로마제국, 그리고 이단들...”
성민은 기대가 된다. 정말 교회사 학교에 들어온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게 생각했다. 과거에 지나온 신앙의 선배들을 살펴본다는 놀라운 일에 동참하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했다. 쉬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계속하여 수업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성민만이 아니었다. 서로 담소를 나누는 주위 분들 모두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우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진리로 가득 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두 번째 시간이 시작된다.
“앞 시간에 저는 여러분들에게 초대교회사의 4가지 핵심적 단어들, 즉 주제들을 알려드리다가 마친 것 같습니다.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 핵심적 단어, 즉 주제는 ‘로마제국’입니다. 로마사를 이해하는 것은 기독교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초대교회사에만 아니라, 중세교회사에 들어서서는 로마제국이 다시금 신성로마제국과 비잔틴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제국과 교회는 항상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역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핍박 동안에는 제국에 대한 변증하는 입장이었던 교회가 인정을 받고 보호를 받으면서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함께 지니고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교분리’(laicisation)라는 말을 모두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예”라고 모두들 응답했다.
“이 시간에 정교분리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교회사를 이해하려면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초대교회사를 이해하려면 로마제국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로마제국은 핍박과 관련 있는 것만이 아니라 313년 이후 교회의 보호자로 자처하는 로마제국의 변천에 따라, 교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여기까지 설명하신 후, 교수님은 흑판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쓰셨다.
로마제국 주전 약 700년에 건립된 국가 율리우스 시저 — 클레오파트라의 관계 아우구스투스 시저 — 신약성경에 나오는 ‘가이사’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디우스 네로 |
▲1963년에 나온 ‘클레오파트라’ 영화 포스터 |
▲1960년 나온 ‘스팔타커스’ 영화 포스터 |
“그리고 초대교회사를 이해하는데 네 번째 주요한 주제를 ‘이단들’이라고 했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핍박을 받는 가운데서 이단자들이 교회 속에 존재했었고,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먼저 이해하실 것은 ‘이단성’ (heretic), ‘이단’ (heresy), 그리고 ‘이단자’ (heretic)를 구별하여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단’ (heresy)이라는 말은 헤롤드 브라운이 쓴 『이단과 정통』(Heresies)에 보면, 이단을 정의하기를 ‘음흉한 “당파”라는 의미를 가진다. 사도행전 5:17과 15:5에서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에게서 “이단”은 거짓 믿음에서 나온 분리 또는 파당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린도전서 11:19; 갈라디아서 5:20).’ 그렇습니다. 이단은 파당을 만들 때 비로소 불립니다. 다시 말하면, 이단성을 가진 자들이 파당을 만들 때 이단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단에 속한 개인들을 가리켜 ‘이단자’라고 하지요.”
성민은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단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언급하시는 책, 『이단과 정통』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교수님은 강의를 계속하신다.
“위에서 언급한 교부들과 이단을 연결시켜 이해하셔야 합니다. 말씀드릴 때, 교부들을 1-2세기 교부들, 변증가들로 구분했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릴 때는 1-2세기 교부들과 변증가들의 구분되는 것은 전자는 주로 서신들을 썼다는 것이고 후자는 작품들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동시에 구분되는 다른 한 가지는 후자가 이단들에 대한 작품들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전자와 후자의 구분을 이단들의 등장이라는 말로 이해하셔도 좋을 상 싶습니다.”
“간략하게 ‘이단들’에 대해 말씀을 드린다면, 1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던 ‘영지주의’ (Gnosticism)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영지주의는 2004-5년에 전세계의 베스트셀러로 등장했던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요. 앞으로 교회사에서 영지주의의 영향을 막대합니다. 이러한 위험성을 알고 골로새서, 고린도전후서, 또는 요한서신서에서 신약성경은 기독교인들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영지주의 자체는 이단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단성을 갖도록 영향을 준 사상입니다. 초대교회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 이교사상입니다. 영지주의는 신플라톤주의, 유대주의, 동방종교, 그리고 기독교를 혼합하여 만들어진 혼합종교입니다. 이러한 사상이 이단자들이 생겨나도록 했는데...” 하시면서 흑판에다 다음과 같이 쓰셨다.
이단들 마르키온 - 성경관에 영향 몬타니스트 - 종말론에 영향 |
“1-2세기 초대교회에 나타난 최초의 이단들인, 마르키온과 몬타니스트는 영지주의의 영향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 후, 변증가들과 후기 니케아 교부들 사이에 등장한 이단들은 삼위일체론을 둘러싸고 일어난 ‘아리안들’(Arians)이 있습니다. 대표적 이단입니다. 보다 자세한 것은 계속 되는 강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같이 기도드리도록 합시다.”
기도를 마친 후, 성민은 지금까지 너무나도 무지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기독교의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말로 무엇인가 뚜렷하게 아직 붙잡지는 못하고 있지만 깨달음의 기쁨이 가득차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다보니 다음 주 강의가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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