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과의 여행(5) 말리부

2007. 5. 11. 08:16회원자료/1.휴게실

어머님과의 여행(5) 말리부

< 아래 글은 2005년 이한규 목사님이 안식년을 맞아 안식년 대신 LA에 사시던 79세의 어머님과 20일 동안 미국 서부 일주여행을 한 후에 쓴 수기의 5번째 글입니다. 어버이날은 며칠 지났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면 지금 전화 한번 해주세요. >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여러 구체적인 선물이 있습니다. 요새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 1순위가 10만 원짜리 수표입니다.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수표’가 더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밝은 웃음’도 좋은 선물입니다. 부모님께 웃음을 드리면 신기하게 내 안에도 살아갈 용기와 웃음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좋은 선물은 ‘여행을 시켜드리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부모님 업어드리는 것’을 가장 큰 효도로 생각했습니다. 한자의 ‘효(孝)’ 자는 ‘늙을 노(老)’ 자 밑에 ‘아들 자(子)’ 자가 있는 글자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아들이 연로하신 부모님을 등에 업고 외출시켜 드리는 것’을 가장 큰 효도로 보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등에 업지 않고 자동차로 여행을 시켜드릴 수 있으니 효도가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로즈 힐의 아버님 묘지에서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한인마켓에서 햇반, 라면, 김치 등 17일간 먹을 음식을 사고 한식으로 점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인 타운 서쪽으로 20분쯤 달려 부자동네인 비벌리 힐즈(Beverly Hills)를 잠깐 구경하고, 바로 1번 해변국도 선상에 있는 말리부(Malibu)로 향했습니다.

나는 유학시절에 아버님 차를 빌려 저녁노을이 질 때쯤 아름다운 말리부 해변을 혼자 드라이브했었습니다. 그때 환상적인 경치에 감탄을 했다가 그 경치를 함께 구경하며 “야! 좋다!”고 말할 여자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로 인해 감탄이 곧 한탄으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15년 만에 다시 어머님과 형수님, 그리고 아내와 두 딸까지 모두 5명의 여자를 태우고 말리부를 달릴 생각을 하자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1번 국도에 도달할 때쯤 차 안이 조용했습니다. 옆에 앉은 어머님이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나머지 4명도 모두 꿈나라로 간 상태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경치 구경하라고 깨울까 하다가 모두 너무 피곤해하는 것 같아 그냥 두었습니다.

옆에서 주무시는 어머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청소년 때 잠깐 집을 떠났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어머님이 나를 찾아와 청량리의 한 찻집에서 만났습니다. 찻집에서 나와 뒷골목을 걸을 때 어머님이 내 손을 잡고 눈물로 부탁했습니다. “이제 집에 들어가자!” 그때 철없이 “싫어요!” 하고 어머님의 손을 뿌리쳐 어머니의 마음을 쳤습니다.

20세에 그때의 잘못을 회개하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나는 앞으로 어머님의 마음을 절대 아프게 하지 않겠다.” 그 뒤 25년 이상 그 다짐을 무난히 지킬 수 있었지만 그것이 ‘청량리 뒷골목의 죄’를 상쇄시키지 못했습니다. 유학시절에 부모님의 돈을 전혀 받지 않고 공부한 것과 결혼할 때 “어머님! 1원도 도와주지 마세요!”라고 당부하면서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린 것도 ‘청량리 뒷골목의 죄’를 상쇄시키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의 자식 사랑에 비하면 자식의 부모님 사랑은 항상 부족할 뿐입니다.

말리부에서 자식 사랑의 흔적인 어머님의 주름살과 흰머리를 보고 동시에 어머님의 약해진 기억력을 생각하면서 나는 운전대를 붙잡고 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어머님! 어머님은 저의 영원한 뿌리이고 마음의 고향입니다. 이제 앞으로도 잘 모실게요.” 희생은 환상보다 아름답습니다. 그때 말리부의 환상적인 경치는 어머님의 아름다운 얼굴 뒤에 가려져 더 이상 아름다움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070510)

ⓒ 글 : 이한규 http://www.john316.or.kr
*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잔잔히 일깨워주는 사랑칼럼을 많이 추천해주세요. 이한규목사님의 책을 사랑하는 분들과 삶을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선물하시면 좋은 선물이 될 거예요. 성경과 기독교를 보다 깊이 알기를 원하시면 금주의 말씀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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