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의 종교

2010. 3. 12. 00:26교회사자료/10.세계사

메소포타미아의 종교

 

  오랜 예날부터 (서기전7000년경) 넓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는 역사의 동이 트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에는 서기전 3500년 경부터 역사가 시작되었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그 지방 사람들은 글을 만들어 쓰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수멜(Sumer) 문화라고 부르며, 그 때에 벌써 그 사회는 문화의 요소를 고루 갖춘 성숙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미술, 건축법, 교육기간, 종교, 산업, 정부 등 개화된 사회가 갖추어야 할 모든 여건을 갖추었다. 그리하여 수멜으 문화를 인류의 첫 문화라고 부르는 것인데, 그것은 뒤에 오는 바벨론과 앗시리아가 이어받으며, 맨끝으로 나타나는 페르시아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의 마지막 주자로서 찬란했던 그 문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수멜 문화의 전통은 적어도 3천년 동안 게속되었으며, 그 종교의 전통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이어졌다. 메소포타미아의 정치 역사는 시대에 따라 변했으나 수멜에서 시작된 종교의 전통은 단 하나뿐이며, 다만 역사의 변화에 따라 신들의 이름과 세부적 내용이 달라졌을 뿐 전체적 내용은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갔다.
    1.수멜 종교
  메소포타미아 원주민의 종교는 수멜 시대에 이르러 성숙기에 도달했다. 그 때에 종교인들은 그들의 종교의 내용을 분류하며 조직하는 작업을 하였다. 일찍부터 수멜 종교는 사람의 생존 목적을 신학적으로 이해하였으며, 종교적 가치관을 정립하였었다. 인간은 신들을 섬기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창조되었다는 교리가 여러 문헌에 표현되었다. 신들은 인간과 동일한 생리를 갖었으므로 인간처럼 매일같이 음식을 공급받아야 하며,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여러 가지의 보살핌을 받아야 된다고 믿었다.
  (1)수멜의 만신전 (Pantheon)
  수멜 사람들은 일찍부터 만신전을 갖고 있었다. 만신전이라는 것은 그것을 섬기는 여러 신들의 서열과 상호관계 및 각자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이며, 그들이 존경하거나 인정하는 신들에 한하여 만신전에서 자리를 얻게 된다. 수멜사람들은 신들도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인간과 다른 점은 죽지 않는 것,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정해진 법과 게혹에 따라 우주를 통치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만신전은 의회와 같은 형식으로 운영되며, 주신은 다른 모든 신을 통솔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수멜에서는 일찍부터 신학적 민주주의 이론이 태어났다.
  (2)수멜의 중요한 신들
  수멜 종교에 여러 신이 있어야 할 필요는 신마다 우주의 각 분야의 책임을 하나씩 맡아 법칙에 따라 우주 만물을 운영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곧 우주 만물은 각자의 신의 보호, 감독, 지도, 및 통제를 받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신들은 인간과는 달리 죽지 않기 대문에 우주의 질서는 어김없이 지탱되며 존속한다. 만일 신들 중 어느 하나라도 죽으면 우주 질서의 한 부분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멜에는 아래와 같은 주요한 신들이 있었다.
  1)남무(Nammu)는 바다의 신이다. 또한 가장 오랜 신이라고 한다. 그는 모성의 신이어서 그에게서 신들이 태어났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 신들을 생산하였으며, 단성 (單性)수태설의 첫 사례라고 볼만하다. 이 모성적 신은 원초의 바다라고도 하며, 그의 기원에 대하여는 아무 설명도 없는 것으로 보아 그는 영원한 존재인 듯하다. 그에게서 처음으로 안(An)과 키(Ki)가 태어났다.
  2)안(An)은 남무가 낳은 첫 신이다. 안은 하늘의 신이다. 그를 어버이 신이라고도 부르는데, 그에게서 다른 신들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3)키(Ki)도 남무가 낳은 신이며 땅의 신이다. 그를 닌훌삭 곧 어머니 신, 또는 높은 여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과 키 사이에서 여러 신이 태어났다. 키는 자애로운 여신이며, 모든 생물은 그의 젖을 먹고 살아간다.
  4)엔릴(Enlil)은 바람, 또는 대기의 신이다. 한 때 그는 안(An)을 뒤이은 만신전의 주신이 되리만큼 막강한 힘을 소유한 신이다. 그를 신들의 아버지, 또는 천하의 임금이라고 부른 때도 있었다. 지상의 군왕들은 그에게서 주권을 수여받아 세상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이것은 주권 신수설의 출발이다. 또 그는 행악자를 징벌하는 권세를 갖기도 하였으며 후대에는 생산의 역할을 맡은 자연의 신으로서 존경을 받았다.
  5)엔키(Enki)는 지하세게의 신이며, 지헤의 신이기도 하다. 그는 엔릴의 뜻을 받들어 지상의 모든 일을 꾸려간다. 그는 문화의 신이어서 생각이 깊고, 슬기롭고 또한 재주가 많은 신이다. 그는 깊은 물 속에서 살았다.
  6)이난나(Inanna)는 새벽별과 저녁별의 신이며 사랑의 여신이다. 중동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신이며, 바벨론에서는 아쉬탈로, 구약 시대에는 아스다롯이라고 불렀다. 그의 남편은 두무지(바벨론의 탐무스, 구약의 담무스)이며, 목자의 신이다. 새벽별과 저녁별이 사라졌다 나타나듯이 이난나는 부활의 신이기도 하다.
  (3)수멜의 낙원설
  수멜 사람들은 첫 세상에는 사람이 살기 좋은 낙권이었다고 믿었다. 그 낙원을 인간의 황금기라고 불렀다. 안샨산맥의 한 지방인 에렉의 동편에는 아랏타, 또는 딜문이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신의 거룩산 법으로 다스림을 받는 거룩한 땅이었다. 아랏타는 일곱 산골짝 너머 높은 산 위에 있었다. 그곳은 풍요하며 살기 좋았고, 보석과 귀금속이 풍부하였다. 수멜 문헌은 낙원을 아래와 같이 언급한다.
    그 엣날에는 뱀도, 전갈도,  개도, 사자도, 사나운 개도, 이리도
    두려움과 공포도 없었다. 사람의 대적이 없었다...
    우리 지방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말티의 땅에는 평화가 감돌았다
    온 세상과 모든 민족은 입을 모아 엔릴을 찬양하였다.
  또 다른 문헌에는 이같은 말이 있다.
    태초에는 모든 것이 완전하게 창조되었다. 그것은 병과 죽음이 없는 세계였      다. 그곳에서는 사자가(사람을)죽이지 않았다. 이리가 어린 양을 물어가지 않      았다. 눈병이 도지지 않았다. 밤에도 파수군이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러던 어      느날 엔키라는 신이 먹어서는 안될 풀을 먹어 죽음이 생기게 되었다.
  (4)수멜의 윤리
  인류의 첫 윤리관이 수멜에서 태어났다. 그 사회에서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강조한 반면, 신에게는 높은 윤리적 속성과 덕성이 있다고 믿었다. 신에게는 선함과 참된 것, 법과 질서, 공의와 자유, 자비와 사랑, 옳음과 정직이 있다고 믿었다. 이와는 반대로 악과 거짓, 불법과 무질서, 불공평과 억압, 죄와 부패, 잔인과 무자비를 멀리하는 것이 신의 듯이라고 믿었다. 신은 세상을 바로 이끌어 가기 위하여 왕을 세웠다. 그러므로 왕은 신의 뜻을 받들어 세상에 법과 질서를 세우며, 약한 백성과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며, 과부와 고아를 돌보아 주는 일을 본분과 자
랑으로 삼아야 된다고 믿었다.
  (5)수멜의 신화
  수멜의 신화 중 유명한 것은 홍수 신화와 이난나가 죽음의 세게에 내려갔다는 이난나의 신화이다. 홍수 신화는 바벨론편에서 소개하기로 하고, 수멜 원판의 이난나 신화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난나(Inanna)가 하계(죽음의 세계)로 내려가는 신화는 사랑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난나는 두무지(목자의 신)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메소포타미아에서 가뭄이 심한 6,7월이 되면 두무지신은 죽음을 경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다가오는 남편의 죽음을 막지 않 느한 자신의 행복이 길게 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이난나는 지하의 세게를 정복하기로 결심하고 그리고 내려갔다. 그 지하의 세게에는 이난나의 언니뻘되는 에레스키갈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 세계를 수멜에서는 “못돌아오는 땅”, “죽은 사람의 땅”이라고 불렀으며, 죽음이라는 뜻이었다.
  이난나는 간신히 일곱 관문을 통과하고 에레스키갈의 왕궁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이난나가 일곱 관문을 거쳐 가는 동안 그 수문장들이 그녀의 옷가지를 하나씩 벗겼기 때문에 그녀는 알몸을 드러내고 왕궁 앞에 서게 되었다. 이난나의 언니는 화를 내며 표독한 눈초리로 동생을 쳐다보았고, 그로 인하여 이난나의 몸은 그 자리에서 시들어 버렸다.
  그 딱한 사태를 지켜본 엔릴신은 두 사신을 창조하였다. 그는 “생명의 음식”과 “생명의 물”을 두 사신에게 들려주며 이난나를 살려낼 계획을 세웠다. 두 사신은 일곱 관문의 수문장들을 속이고 목적지에 안착하였고, 갈고리에 걸려 있는 이난나의 시체를 찾아내는 일에 성공하였다. 두 사신은 갖고 간 약으로써 이난나를 살려낸 뒤 죽음의 땅을 빠져 나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일곱 수문장들은 이난나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이난나를 대신하여 누가 죽음의 땅에 머물러 있어야만 이난나가 그 땅을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문장들은 “하계에 들어온 사람이 성한 몸으로 하계를 빠져 나간 일이 없었다. 만일 이난나가 하계를 빠져 나가려거든 그 대신 한 사람을 내놓아야 된다”고 고집하였다. 하는 수 없이 이난나는 자기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 보내마 약속하고 “갈라 遮잔마귀들을 데리고 세상에 돌아갔다.
  그녀가 자기가 살던 궁궐에 가보니 남편은 슬퍼하는 기색도 없이 용상에 올라 앉아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울분에 찬 이난나는 자기의 남편을 잡아 하계의 마귀들에게 넘겨주었다. 이난나는 남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살기 띤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결국 두무지신의 가련한 모습을 본 에레스키갈은 그의 처지에 동정하였다.  앞으로는 일년에 여섯달씩 두무지와 게스티난나(두무지의 여동생)가 번갈아 죽음의 세게에 내려가 있도록 관용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두무지는 1년에 여섯달은 세상을 떠나 죽음의 세게에서 살게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 있는 동안 메소포타미아 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는 신화이다.
  그가 다시 살아나 세상에 올라오는 것을 경축하는 일을 아키투 축제라 하였다. 구약시대에도 이스라엘 여자들은 두무지(담무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하는 절기를 지켰다는 기록이 있다(겔8:14).
    11.바벨론의 종교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정치 역사는 때에 따라 바뀌었으나 일찍 그 땅에 뿌리를 내린 수멜 문화는 게속하여 살아 남았다. 수멜시대 이후 아카드, 구티, 엘람, 바벨론, 카시, 앗시리아, 페르시아 등 여러 나라가 나타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치하였으나 수멜 문화는 그들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였다. 서기전 2300년경 그 지역을 정복한 아카드의 살곤왕은 수멜 문화를 이어받은 첫 셈족의 왕이었다. 아카드 사람들은 수멜의 종교까지도 수용하였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시켰다. 아카드 사람들의 손에서 종합되고 발전된 종교는 그 뒤에 바벨론 나라(1700 B.C)에 이어졌기 때문에 아카드 사람들이 만든 종교는 지금은 바벨론 종교라고 알고 있다.
  아카드와 바벨론 시대를 거쳐 가면서 수멜 종교의 형태는 그대로 전달되었으나 만신전의 서열과 신의 이름 같은 것은 바뀌었다. 그러한 변화는 주로 언어의 차이나 정치 역학적 변화로 인하여 생긴 필연적 현실이었다. 이런 것 외에도 아카드-바벨론 시대에 수멜 신학의 내용은 한층 더 충실하게 되었다. 곧 수멜의 3신 안, 엔키, 엔릴은 샤마스, 에아, 마르둑(구약성경에서는 메로닥)이라는 새 이름을 각각 갖게 되며, 그 유명한 이난나는 이쉬탈 (구약성경에서는 아스다롯)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또한 바벨론 나라는 마르둑을 섬겼으므로 마르둑은 엔릴을 대신하게 되었고, 앗시리아 시대에는 앗슐이라는 그 나라의 민족신이 마르둑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단순했던 수멜종교는 정치화, 인간화, 및 세속화의 경향이 짙어졌다. 그리하여 바벨론 시대에는 마술, 점성술, 종교 매춘, 종교 특권화 등 달갑지 않은 부산물이 생겼다.  수멜의 종교를 이어받아 발전시킨 바벨론판 신화 중 중요한 것 두 가지를 소개한다.
  (1)에느마 에리쉬 (Enuma elish)
  이 신화는 우주 신화의 신 발생 발생 신화와 끗니간 발생 신화를 하나로 묶은 바벨론판 신화이며, 또한 가장 웅장한 신화이다. 이 신화의 궁극적 목적은 바벨론 의 민족신 마르둑의 위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 신화는 먼저 우주 신화로 시작된다. 태초에 티아맛(Tiamat)과 아프수(Apsu)라는 한 쌍의 우주신이 있었다. 티아맛은 여성신이며, 바다의 짠물을, 아프수는 남성신으로서 강에서 흐르는 단물을 상징하는 신이었다. 단물과 짠물이 혼합되어 다른 신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두 신 사이에서 먼저 라흐무와 라하무가 태어났고, 그 뒤에 안샬과 키샬이라는 다른 한 쌍의 신이 태어났던 것이다. 안샬은 하늘에 있는 모든 영역을, 키샬은 지상에 있는 모든 영역을 상징하는 신이었다. 이들 부부신 사이에서 하늘의 신 아누(Anu)가 태어났고 아누에게서 다시 에아(Ea)가 태어났다. 그 뒤에도 수많은 신들이 태어났던 것이다.
  수많은 신들이 태어남으로써 신의 세계는 혼잡스러졌다. 더구나 어린 신들은 춤추며, 너무나 소란스럽게 놀아나니 어른 신들은 느긋하게 잠을 잘 여유도 없었다. 드디어 아프수는 짜증을 내며 티아맛(여신)에게 어린 것들이 밤낮으로 떠들어대니 잠을 이룰 수도 없고,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고 한탄하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린 신들을 죽여 버리라고 졸랐다. 티아맛은 자기가 낳은 것이나 다름없는 어린 신들을 죽을 생각이 없었으나 남편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점 은 신들은 수가 많았고 눈치도 빨랐다. 그들은 늙은 신들의 계획을 알고 나서 할 말을 잊고 수심에 차서 모여 앉았다. 그러나 만사에 능통한 지헤의 신 에아는 서둘러 대책을 세웠다. 그는 주문을 읽어 아프수에게 마술을 걸어 깊이 잠들에 하였다. 에아는 아프수를 시신 위에 자기의 집을 짓고 스스로 물의 신이 되어 깊은 물 속에서 살았다. 그곳은 바로 세상의 모든 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비밀에 쌓인 운명의 산실이었다. 그 밀실에서 담키아(에아의 부인)는 바벨론의 국신 마르둑을 생산하였다. 그리하여 마르둑은 신의 세게에서 막내둥이로 태어났으나 가장 귀엽고 힘센 신이 되었다.
  아누는 어린 마르둑을 지극히 좋아한 나머지 네 바람을 만들어 마르둑에게 노리개로 주었다. 그러나 네 바람으로 인하여 바다의 물결이 거칠게 일었고, 다시 티아맛과 다른 어른 신들을 귀찮게 만들었다. 티아맛은 내연의 남편인 킨구(Kin-gu)를 앞세우고 어린 신들을 잡아 죽이기 위하여 다시 싸움을 일으켰다. 어린 신들은 위기를 맞아 마르둑을 선봉장으로 세우고 맞서 싸우기로 하였다. 마르둑은 태풍의 수레를 타고 싸움터에 나섰다. 그의 활기찬 모습을 본 적군은 겁에 질려 모두 다 도망쳤으나 티아맛은 굽힐 줄 몰랐다.
  두 장사는 서로 입씨름을 하며 싸움을 시작하였다. 말로 해서 결판날 일이 아니어서 티아맛은 마르둑을 삼켜 버리려고 입을 잔뜩 벌리고 대들었다. 그러나 마르둑은 때를 놓치지 않고 네 바람을 그의 입에 불어 놓으니, 그의 배가 부풀어 올라 입을 잔뜩 벌린 채 쓰러졌다. 다시 마르둑은 활을 당겨 티아맛의 배를 쏘아 맞혔다. 그의 배가 터지며, 내장이 쏟아져 흘러 나왔다. 티아맛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티그리스와 유프라데스의 강물이 되었고, 그의 둥근 꼬리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고리가 되었다. 티아맛을 장복한 뒤에 마르둑은 그의 시체를 땅에 누이고 그 위에 올라섰다. 다시 마르둑은 도망치는 티아맛의 잔당들을 남김없이 붙잡아 포로로 삼고, 무기를(활)꺽어 버리고, 적장 킨구를 쇠사슬로 묶어 두어 재판을 받게 하였다.
  다시 마르둑은 티아맛에게 눈을 돌려 그의 시신을 처치하게 되었다. 그는  떳 물고기“같은 티아맛의 시체를 머리에서부터 쪼개어 두 동강을 냈다. 그 윗 몸체를 휘어 둥근 하늘을, 밑에 있는 부분으로써 땅을 만들었다. 또 그는 하늘에 자신의 집을 짓고 나서 여러 별을 지었으며, 달력도 제정하였고, 북극성을 제자리에 두었고, 달과 해가 운행할 길도 잡아 주었다.
  티아맛을 무찌른 마르둑이 집에 돌아가니 모든 신들은 그를 맞으며 환호하였다. 마음이 흡족한 마르둑은 에아의 권유를 받아 포로된 모든 신들을 죽이는 대신 두목만을 처단하고 나머지 포로들을 용서해 주기로 하였다. 포로들은 마르둑을 찬양하며, 그에게 충성을 약속하고 해방을 얻었다. 또한 그들은 마르둑의 성을 건축해줄 것도 약속했다. 마르둑은 티아맛을 선동하여 싸움을 일으킨 장본인이 누구냐고 물으니 모든 신들은 입을 모아 “킨구”라고 소리질렀다. 결국 킨구는 전범자로 낙인 찍혀 처형을 받았다.
  마르둑은 앞으로 여러 신들이 자기를 섬기기에 노고가 많을 것을 감안하여 인간을 만들어 신을 섬기게 하기로 작정하였다. 지혜가 많은 에아는 킨구의 몸에서 피를 뽑아 진흙을 개어 인간을 창조하였다. 그리하여 이 신화는 인간의 본질의 일부는 반란을 일으키고 죽은 악한 신에게서 유래되었다고 암시한다. 그것은 비관적, 또는 성악설 인간학의 시작이었다.
 
(2)길가메쉬 신화 (Gilgamesh), 不老草의 神話
  바벨론 사람이 만든 신화 중에서 길가메쉬 신화는가장 유명하고 흥미로운 것이다. 이 신화도 수멜에서 태어났으나 바벨론 시대를 거치며 내용이 더욱 충실해졌다. 우룩 나라의 왕 길가메쉬가 죽지 않는 법(영생불사)을 찾아 다닌 것이 이 신화의 내용이다. 그는 반신반인이며, 영웅이었다. 그는 영욱적 노력을 기울여 영생을 추구하였으나 인간이 타고난 조건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신화는 밝혀주고 있다.
  길가메쉬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었고,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러나 그는 성격이 과격하고 포악하여 많은 여자를 겁탈했으며, 백성을 강제 노동에 혹사하여 못살게 굴었다. 백성들은 참다 못하여 신들에게 진정하였다. 그리하여 신들은 길가메쉬보다 더 힘센 거인을 만들어 길가메쉬를 죽이기로 결정하였다. 신들은 엔키두(Enkidu)를 만들었는데 그는 짐승들과 어울려 밖에서 생활하였다.
  들에서 돌아온 사냔꾼에게서 엔키두가 숲에서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길가메쉬는 한 사람을 보내어 마술로써 엔키두를 우룩나라에 끌어 들이게 하였다. 에상대로 두 장사는 맞붙어 싸웠으나 길가메쉬의 승리로 끝았다. 그러나 길가메쉬는 엔키두를 측은히 여겨 자기의 친구로 삼았다. 힘센 새 친구를 얻은 길가메쉬는 힘을 모아 새로운 모험을 했다.
  길가메쉬는 엔키두를 데리고 전설에 나오는바 먼 곳에 있는 백향목 숲을 찾아 원정길에 올랐다. 후와와라는 억척같은 힘있는 괴물이 그 숲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두 용사는 백향목을 모두 자른 뒤에 후와와를 죽이는데 성공하였다. 두 장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이쉬탈(여신)을 만났다. 그 여신은 길가메쉬에게 결혼을 요청하였으나 길가메쉬는 무례하게도 그녀의 뜻을 거절하였다. 수모를 당한 이쉬탈은 아버지(Anu)에게 졸라 길가메쉬와 그의 나라를 멸망시킬 힘이 있는 하늘의 황소를 만들게 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그 황소는 그 우룩 나라를 공격하여 많은 사람을 죽였으나, 결국 두 장사에게 잡혀 죽었다.  그러나 악에 받친이쉬탈의 음모는 더욱더 혹독해졌고, 결국 엔키두는 신들의 저주를 받고 병들어 12일 후에 죽었다.
  길가메쉬는 7일동안 밤낮으로 애곡하며 엔키두가 살아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7일이 지나자 엔키두의 시체가 썩기 시작하니 하는 수 없이 시체를 땅에 묻었다. 그 사건을 통하여 길가메쉬는 자신에게도 죽을 날이 올 것을 깨닫고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는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우트나피스팀이라는 죽음을 이긴 사람을 찾아 가는 길 밖에 없다고 믿고 그를 찾아가기로 결심하였다. 우트나피스팀은 대홍수 때에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는 전설적 인물이며, 만슈라는 산에서 살고 있었다.
  길가메쉬는 영생의 길을 찾아 천신만고 끝에 만슈산에 도착하였다. 그는 만슈산 건너편에 있는 화려한 동산에서 수두리라는 숲의 요정을 만나 우트나피스팀의 거처를 물었다. 수두리는 이렇게 타이르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였다.
   신들이 사람을 만들 때부터 사람은 죽음을 타고 났다
   영생은 신만이 갖는 것이다
   길가메쉬야 너는 배불리 먹고 밤낮으로 즐겁게 살아라
   날마다 잔치를 차리고 밤낮으로 즐겁게 살아라
   고 타이르며 집에 돌아갈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길가메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배를 얻어 타고 죽음의 강물 건너 우트나피스팀이 살고 있는 곳에 닿았다. 자기를 찾아온 구도자에게 그는 6일7야 동안 잠자지 않는다면 죽음을 이길 수가 있다고 일러 주었다. 길가메쉬가 그때까지 격은 온갖 시련은 견딜 수 있었으나 그의 마지막 시련은 가장 힘든 것이었다.
  긴 여행과 온갖 시련에 지친 길가메쉬는 쉬이 잠들고 말았다. 태풍처럼 잠이 그에게 몰려왔던 것이다. 그는 6일7야를 단숨에 잤다. 우트나피스팀은 그를 쳐다보며 영생을 얻겠다는 사람이 그럴수가 있느냐고 비웃으며, 그를 잠에서 깨웠다. 잠에서 개어난 길가메쉬는 금방 잠든 사람을 왜 깨웠느냐고 화를 내며 깨운 사람을 탓했다. 결국 그는 자기의 실수를 깨닫고 울부짖었다.
   그러니 어찌하리오
   나는 어디로 가리오
   내 몸에는 귀신이 들어 있오
   내가 잠든 방에는 죽음이 살고 있으니 나는 어디로 가랴
   죽음이 내 몸에 있다
  길가메쉬가 집에 돌아가려는 마당에 우트나피스팀은 동정한 나머지 “신통한 비법”을 길가메쉬에게 알려 주었다. 그는 “회춘하는 신통한 풀”이 있는 곳을 가리켜 주었다. 그리하여 길가메쉬는 그 풀을 찾아 바닷속에 들어가 그 풀을 뜯어 갖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몇날 동안 길을 가다 한 곳에 맑은 연못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연못에 몸을 씻기로 생각을 돌렸다. 그는 목욕을 하는 동안 그 약초를 연못가에 놓아 두었다. 그런데 그 연못에서 살던 한 뱁이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뭍으로 나와 순식간에 그 풀을 훔쳐 먹고는 껍질을 벅고 사라졌다. 그리하여 길가메쉬는 영생의 기회를 뱀에게 빼앗겼다.
  이 신화는 영생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욕망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무지와 무력함 때문에 영생을 얻을 수 없다는 이치를 가르치고 있다. 초인간적 힘과 슬기를 갖은 사람이어야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비로운 교훈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3장의 인류 타락설과 유사한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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