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30. 22:00ㆍ일반자료/1.일반자료
호주의 판사들이 가발 쓰는 이유
(현 남호주 대법원 모습)
흔히 옛날 대영 제국 시대를 배경으로 삼는 영화를 보면 재판 과정에서 판사와 법정 변호사들이 흔히 가발을 쓴 채,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호주 역시 대영 제국의 영향을 받아 아직까지 이곳 재판관과 법정 변호사들은 재판장에서 바로 이 가발을 쓰고 있는데요. 남자들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가발을 쓴 채, 가장 엄숙해야할 재판장에서 동양인의 눈에는 다소 웃겨 보이는 이 가발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판사와 변호사들이 가발을 쓰게 된 이유
먼저 재판장에서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가발을 쓰기 시작한 때는 지금부터 약 4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1624년 당시 프랑스 통치자였던 루이 13세가 자신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자, 처음으로 가발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가 가발을 쓴 채, 자신의 대머리를 감추기 시작하자 이것이 곧 유럽 사회 전체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참조: sixthformlaw)
(가발을 쓴 호주 법관들, 출처: 빅토리야 주 정부 법률재단)
일부 역사책에서는 왕이 가발을 썼지만, 당시 기술 수준이 너무 낮아 가발을 쓴 티가 너무 많이 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왕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당시 왕족은 물론 귀족층의 남자들이 아예 모두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왕이 가발을 쓴 어색한 모습을 감춰주기 위한 당시 귀족들의 노력이 눈물겹네요..)
한편, 영국 법정에 가발이 처음 소개된 시기는 1660년대로 당시 통치자였던 찰스 2세 때였다고 합니다. 당시 귀족층 남자들의 가발 유행이 법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요.
일단 법관들이 가발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지금도 그렇지만 재판장과 변호사들의 익명성을 보존하고, 법정의 존엄과 권위를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법정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함이라는 것인데요. (가발로 권위를 살린다는 의미가 전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지만요..^^) 아무래도 사람의 죄를 공정히 그리고 엄격히 다루기 위해 일반인들과 다른 옷차림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가발이 위생상에 문제가 되기도
사실 실제로 호주는 물론 현재 영연방 국가들 중 일부 기온이 높은 나라들의 경우 한 여름에 가발을 쓴 채, 재판을 진행하기란 상당히 곤욕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법관들이 쓰는 가발들의 경우 말털, 염소 털 때론 사람의 실제 머리카락으로도 이 가발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 가발들은 위생관리가 전혀 안돼 때론 법관들의 가발을 통해 심지어 이가 사람들에게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부 법관들의 경우 죽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가발을 만들기도 했다는데요. 이처럼 이들이 사용하는 가발이 위생 관리가 전혀 안돼, 때론 법정에 이 가발 냄새가 너무나 당시 일부 재판장들은 가발 냄새를 억제하기 위해 법정에 꽃을 갖고 오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가나와 같은 여름 기온이 높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직도 영국 문화가 남아 있어 법정 안에 이 가발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여름에 에어컨도 제대로 안 되는 법정 안에 판사들이 가발까지 썼다고 상상을 한 번 해보세요. 얼마나 덥겠습니까?)
법정에서 사용되는 가발은 그 종류도 다르다.
한편, 법정에서 사용되는 가발은 직종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법정 변호사들은 타이 위그(tie-wigs)라 해서 머리의 반을 덮는 가발을 쓰고 (영화에서 보면 앞머리만 살짝 가린 가발) 판사들의 경우 밥 위그(bob-wigs)라 해서 타이 위그보다 약간 작은 모양의 가발을 쓴다고 합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로 여왕의 동의하에 임명된 고등 변호사의 경우 어깨까지 내려오는 가발을 쓴다는 것입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말총머리 가발은 특별한 의식을 수행할 때 법관들도 쓴다고 합니다. 호주의 경우 국회 의사당에서 국회 의장의 경우 바로 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가발을 씁니다.
현대에 들어와 가발 폐지 주장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판사들과 변호사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가발에 대해 현재 많은 사람들이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과거에도 법정에서 쓰는 가발이 구시대적인 습관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제 3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은 영국 런던 법정을 방문해 “판사들의 가발이 혐오스럽다며 판사들이 가발을 쓴 모습이 마치 쥐가 뱃밥 (배에 물이 새어 들지 못하게 틈을 메우는 물건)을 통해 보는 모습과 닮았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는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가발을 쓰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이들 가발들의 가격도 너무 비싸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가발 하나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120만원에 이른다고 하네요.
따라서 요즘 많은 법정 관리들이 가발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영국의 니콜라스 애디슨 필립스 대법원장은 마침내 지난 12일 “형사 재판을 제외한 민사, 가정 재판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법관들이 더 이상 무거운 법복과 가발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17세기 이래 영국 법정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복장 규정을 폐기한 것인데요. 사실, 많은 법정 관리들은 법복과 가발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옛날부터 내세웠습니다. 지난 2003년 법정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반수 이상이 민사재판에서 가발을 벗기를 원한다고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호주의 경우 현재 민사 재판의 경우 모든 주에서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가발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서호주의 경우 이미 민사 재판에서 법관과 변호사들의 가발을 모두 없앴습니다. 호주 NSW 주는 현재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 곧 찬반 여부가 가려진다고 하네요.
하여간, 이곳 법관들의 가발 착용 문화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구습이라 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오래된 전통이라 볼 수도 있는데요. 만약 이 문화가 한국에도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생겼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자료 출처:
빅토리야 주 정부 법률재단:
http://www.victorialaw.org.au/pdfebook/WIGS_AND_GOWNS_BROCHURE.PDF
http://en.wikipedia.org/wiki/Queen's_Coun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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