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가지 복어 이야기

2007. 8. 11. 22:36일반자료/4.약용식물관리사


여섯가지 복어이야기

 

얼마 전,  1년 새  여덟 차례나 공중파  TV의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된  서울의 복요리 식당이 중국산 복어를 국산으로 속여 팔았다가 벌금형을 받은 곳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복어가 제철을 맞자 TV를 비롯해 각종 신문, 잡지에서 앞 다투어 ‘복어 예찬’을 늘어놓는다. 과연 믿을 만한 복집이 얼마나 될까?

현재 서울에 있는 복집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중 옥석을 가려내기는 어렵다. 해마다 각종 매체에서 소개하는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 있긴 하지만 그런 집이라 할지라도 100% 믿기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 취재 중 만난 복요리 전문가는 “중국산 냉동 복어나 양식 복어가 복집을 점령한 지 오래다. 자연산 복어는 특수한 경우에나 주문할 수 있고 가격은 시가로 매겨질 수밖에 없다”라며 좋은 재료의 선정은 ‘복어집 주인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자라고 해서 어떤 복집이 중국산을 쓰는지, 동중국해의 냉동 복어를 쓰는지 알 길은 없다. 의심스럽다 하여 대놓고 ‘이 집 복어 중국산이죠?’라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맛있는 복집’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익에 눈이 멀어 부당한 방법을 쓰는 식당만 있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걸고 복요리를 내는 집도 많다. 변함없이 전통을 지켜오는 집이 있는가 하면, 최고의 복 재료를 구하는 것에 사활을 건 집도 있고, 끊임없는 자기 연구로 깔끔하고 세련된 맛과 서비스로 색깔을 만들어가는 집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복요리를 즐기는 사람도 이제는 복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추운 겨울날 저녁, 따끈하게 데운 복어지느러미술(히레사케) 한 잔과 함께하는 복탕의 매력 정도는 느낄 수 있어야 복어를 즐기는 기쁨도 증가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비싼 자연산 ‘자주복회’나 금값보다 비싼 황복으로 끓여낸 복어맑은탕이 무슨 소용일까. 그 유명한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도 복어를 가리켜 ‘목숨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찬양까지 하고 수많은 술과 복어를 먹으며 풍류를 읊었다.

▒ 여섯가지 복어 이야기

1. 복어의 독
복어의 간장과 내장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있다. 독성이 강한 종류는 한 마리에 성인 33명을 사망케 할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다. 복어의 독은 생식선이나 간장 등에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기관을 잘 제거하여 먹으면 위험하지 않다. 계절에 따라서도 독성이 변하는데 독성이 가장 강할 때 복어의 맛이 가장 좋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복어 독의 함량이 많을수록 복국이 시원하고 담백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의 결정은 무색, 무미, 무취이기 때문에 복국의 맛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2. 먹을 수 있는 복어의 종류
복어는 전 세계에 12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18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이 있어서 모든 복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먹을 수 있는 종류는 자주복, 참복, 황복, 밀복, 까치복, 은복 등이다. 이중 자주복, 참복, 황복은 고급 어종에, 까치복, 밀복, 은복 등은 다소 하급 어종에 속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복어가 희귀해져서 까치복도 고급 어종에 속하게 되었다.

3. 복어, 어떤 요리가 맛있을까?
복어는 손질 과정에 손이 많이 가지만, 정작 요리는 간단하다. 복어 자체의 담백한 맛을 살려내는 게 복요리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복어회는 보통 1~2mm 두께로 얇게 썰어낸다. 육질이 탄력 있고 질겨 두껍게 썰면 씹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얇게 회를 뜨는 이유가 복어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미식가들이 복요리의 최고로 꼽는 것에 복 이리가 있다. 수컷에서만 나오는 이리는 복어의 정소로, 소금을 뿌려 살짝 구워내는데 보통 고춧가루를 넣은 무 즙 등과 곁들여 본요리의 애피타이저로 먹는다. 이밖에도 복어냄비와 복튀김, 복어초무침, 복어죽 등도 별미로 꼽힌다.

4. 복어맑은탕, 한국식 vs 일본식 어떻게 다른가?
같은 복어맑은탕도 조리 방법에 따라 한국식과 일본식으로 나뉜다. 한국식 복집에서 내놓는 복어맑은탕은 복어 머리를 곤 국물에 마늘과 콩나물, 미나리를 듬뿍 넣고 끓여 먹는다. 반면, 일본식 복집에서는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지 않고 가다랑어(가쓰오부시) 국물로 담백하게 끓여낸다. 한국식 복어맑은탕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라면, 일본식은 약간 달짝지근한 듯한 ‘감칠맛’을 내세운다.  

5. 복어의 다른 이름
복어는 낚시나 그물에 걸려 물 위로 올라오면 배를 잔뜩 부풀리는 습성 때문에 성질을 잘 내는 물고기란 뜻의 진어(嗔魚), 기포어(氣泡魚) 또는 폐어(肺魚), 구어(毬魚)라고 불렸다. 일본에서는 후구(河豚=布久)라고 부르는데 이는 복어가 물 위로 떠오를 때 표주박(후쿠베)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황복을 하돈(河豚) 또는 강돈(江豚)이라고 하는데 산란기에 양쯔 강이나 황허(黃河)에 나타나 돼지 울음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서양에서도 배를 부풀려 둥근 공처럼 된다고 해서 글로브 피시(Globe Fish) 또는 퍼퍼 피시(Puffer Fish)라 부른다.

6. 복어, 언제부터 먹었을까?
2000여 년 전 패총에서 복어 뼛조각이 발견되었고 중국의 고서 <산해경>에도 “폐어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의 한방서에도 복어에 관한 자세한 기록이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하돈(河豚)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있다. 허한 것을 보하고 습한 기운을 없애며 허리와 다리의 병을 치료하고 치질을 낫게 한다”고 효능을 소개했다. “그러나 맛은 좋지만 제대로 손질하지 않고 먹으면 죽을 수 있다”고 위험성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동해복집>
 

상계동에 위치한 ‘동해복집’은 양질의 복어만을 고집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복요리라고 딴 게 있나요? 재료가 좋으면 맛도 좋아지는 거죠.” 주인 박윤하 씨는 전국 팔도를 누비며 술을 홍보하러 다니는 주류 회사의 세일즈맨이었다. 천성이 술과 음식을 즐겨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특히 복요리를 좋아해 소문난 복집이 있으면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가봐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취미가 직업이 된다고 했던가.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자신 있는 일을 찾던 박씨는 아예 복집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그의 철학은 ‘기술보다 재료’다. 복집을 열고 좋은 재료를 구하는 데 승부를 걸었다. 이미 전국의 소문난 복집을 두루 섭렵한 박씨는 그 집들보다 더 좋은 복어를 구하는 것에 온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우리 집 재료가 최곱니다!”라고  자신 있게 손님에게 말할 수 있었고 그 말에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좋은 복요리를 내기 위해 부부가 나란히 복 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손님에게 틈틈이 준비해둔 안주도 내고 좋은 술을 베푸는 인심도 넉넉하다. 스스로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했기에 고객에게 내는 정성이 따뜻하고  푸짐하다.  


▒ Information

●02-930-5400 ●10:00~ 22:00 ●주차가능 ●복샤부샤부 6만원, 복수육 6만원, 복맑은탕 2만원, 복매운탕 2만원 ●지하철 노원역 국민은행 뒤편

 

 

                                송원복집


 

 
 
“모든 식재료는 제각각 나름의 성질이 있기에 조리할 때 그 성질을 거스르면 안 돼. 복어도 마찬가지야. ” 노환으로 
       한쪽눈이 좋지 않다며 커다란 돋보기로 요리 서적을 뒤적이는 김송원 씨.
 
지난 39년을 오로지 복요리 외길을 걸어온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복요리계의 산 증인이다. 복요리의 본고장인 일본 오사카에 있는 큰형님에게서 복요리를 수학한 그가 서울에서 ‘송원’을 처음 연 것이 1966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정성껏 준비한 소품과 양념으로 최대한 전통 일본식 복집을 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김송원 씨가 말하는 복요리의 일미는 복어맑은탕이다. 복어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송원의 복어맑은탕은 미나리와 콩나물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대파와 쑥갓만 넣어 담백한 맛을 낸다. 복어 살을 푹 찍어 먹어도 전혀 짜지 않은 ‘지리스(양념장)’는 39년의 비법이 담겨 감칠맛을 더한다. 복요리의 꽃 ‘복사시미(회)’도 싱싱한 복어만 골라 하루 정도 숙성해 내놓는 일본식이다.

야박하다고 생각될 만큼 얇디얇게 저민 복어 살에서 특유의 감칠맛과 신선한 향이 깊게 느껴진다. “무릇 음식이라 함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궁합이 맞아야 한다”며 단정하게 내주는 히레주(지느러미술) 속에서 반평생을 복어와 함께 살아온 노옹(老翁)의 조리 철학이 깊게 느껴진다.


▒ Information

●02-755-3979 ●12:00~ 02:00, 06:00~09:30 ●주차가능 ●복사시미 8만원, 복어맑은탕 1만8000~5만원, 복샤부샤부 6만원, 복 풀 코스 13만원 ●북창동 서울프라자호텔 뒤편 신한은행 뒷골목

 
 
 
 
                               일복

 
   


   
 
 
정갈한 복요리로 소문난 곳. 단아한 서비스와 개업 이후 흔들림 없이 맛을 지켜온 덕분에 까다로운 미식가에게도 신망을 얻는 일본식 복집이다. ‘일복’은 여성적이면서 단정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첫눈에 와 닿는 아담하면서도 꽉 찬 느낌은 자그마한 체구의 주인과 꼭 닮았다. 분위기처럼 맛도 깔끔하다. 다시마와 건다랑어, 무를 넣고 알맞게 우려내 소금과 청주로 맛을 낸 맑은 국물에 콩나물과 미나리, 배추 속잎과 대파를 깔고, 그 위에 토막을 얹어 뚝배기에 끓여내 그 맛이 담백하다. 거기에 고소한 잡곡밥과 복껍질무침, 젓갈 등 네다섯 가지 찬이 깔끔하게 곁들여지는데, 가격도 저렴해 젊은 직장인에게 인기가 많다.

빨갛게 양념 옷을 입은 ‘복불고기’ 또한 별미. 복어의 담백함을 살리기 위해 배즙과 양파즙 그리고 맵지 않은 고춧가루로 양념을 했다. 일본에서 가져온 무쇠철판에 복어 살이 뻑뻑해지지 않을 정도로 복을 구워 낸다. 요리마다 다른 종류의 양념장이 제공되는 것에서도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젊은 손님이 많이 늘었어요. 이제는 복요리가 대중화한 것 같아요.” 젊은 손님이 유난히 많아 보여 그 이유를 묻자 주인은 ‘복의 대중화’를 말한다. 하지만 일복에 젊은 손님이 느는 이유는 단순히 대중화 때문만이 아닐 게다.


▒ Information

●02-335-0168 ●09:00~ 22:00 ●주차가능 ●일복특선메뉴 6만원, 복샤부샤부 3만5000원, 복사시미 6만~8만원, 점심세트 1만2000~1만8000원 ●지하철 홍대입구역 서교호텔 뒷골목

    <출처:마이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