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이 ‘@’를 부르는 다양한 방법들

2007. 7. 18. 22:19회원자료/1.휴게실

세계인들이 ‘@’를 부르는 다양한 방법들  

원숭이 꼬리, 코끼리 코 등 동물 이름, 스튜들·카넬블 등 빵 이름 붙여
“‘@’의 이름 보면 각 나라 사람들의 재치 있는 상상력 엿볼 수도”


인터넷이 널리 사용되면서 사람들이 새롭게 접하게 된 문자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다.

이메일주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기호는 영어의 at이나 to의 뜻을 가진 라틴어 ad를 줄인 것으로, 미국에서는 ‘앳(at)’이라고 읽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를 흔히 ‘골뱅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 기호를 독특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타이완국립대학의 언어학자 카린 스테판 청 교수는 세계 30여 개 나라 사람들이 ‘@’를 어떻게 부르는지 조사해 그 결과를 소개했다.

청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를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나 빵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각국 사람들이 ‘@’를 보며 가장 많이 연상하는 동물은 원숭이. ‘@’의 모양이 원숭이의 긴 꼬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불가리아에서는 ‘@’를 마즈문스코(majmunsko), 폴란드에서는 말파(malpa), 세르비아에서는 마즈문(majmun)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들은 모두 원숭이를 뜻한다.

또 알바니아에서는 ‘@’를 쉰자 에 마즈뮤니트(shenja e majmunit)라고 부른다. 이는 원숭이의 ‘사인’이라는 뜻이다.


‘@’가 원숭이 꼬리와 닮았다는 것을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 아예 이 기호에 ‘원숭이 꼬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나라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네덜란드, 스웨덴에서 ‘@’를 부르는 이름인 압스터트(aapstert), 아페스타르트예(apestaartje), 압스밴스(apsvans)는 모두 ‘원숭이 꼬리’라는 의미다.

‘@’가 코끼리 코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나라들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이 기호를 스너벨(snabel-a) 또는 엘레판토라(elefantora)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너벨은 코끼리의 코, 엘레판토라는 코끼리의 귀를 뜻한다.

스너벨이라는 표현은 덴마크에서도 많이 쓰인다. 덴마크에서는 특히 스너벨이라는 이름이 ‘@’의 정식 명칭인 알파-테겐(alfa-tegn, 알파 사인)보다도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기호를 골뱅이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하게 ‘@’를 달팽이라고 부르는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를 에스카르고(escargot) 또는 프띠 에스카르고(petit escargot)라고 부르는데, 이는 각각 달팽이, 작은 달팽이라는 뜻이다.

이 표현은 ‘@’를 일컫는 프랑스의 고유 단어인 아호바즈(arobase) 또는 a 아훌레(a enroule, 동그랗게 말린 a)만큼 많이 쓰인다.

또 이탈리아 역시 ‘@’에 달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를 부르는 이름 치오시올라(chiocciola)는 달팽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동물을 빗대 붙인 ‘@’의 이름으로는 핀란드의 하이렌한타(hiirenhanta, 쥐꼬리), 헝가리의 쿠커츠(Kukac, 구더기 모양의 작은 과일 벌레), 대만의 샤오 라오 슈(xiao lao-shu, 작은 쥐), 러시아의 소박카(sobachka, 강아지) 등이 있다.


동물이 아니라 ‘@’와 비슷한 모양을 한 음식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은 경우도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 기호를 스튜들(strudel)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빵의 이름이다.

압스밴드, 스너벨 등 동물의 이름을 따 ‘@’를 부르기도 하는 스웨덴에서는 ‘@’에 빵의 이름을 딴 애칭도 붙여줬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게 ‘@’를 불러주고 있는 셈.

스웨덴에서 ‘@’에 붙여준 빵의 이름은 카넬블(kanelbull)과 크링글라(kringla). 카넬블은 동그랗게 말린 계피빵의 이름이고, 크링글라는 프레첼로 잘 알려진 동그랗게 말린 과자의 이름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의 원래 뜻을 그대로 살려 부르기도 한다. 미국, 일본, 홍콩 등이 대표적. 일본에서는 이를 에또-마쿠(atto maaku, at 마크)라고 부른다. 영어권의 영향을 많이 받은 홍콩 역시 이를 디 앳 사인(the at sign)이라고 부른다.

아울러 최근에는 이 기호의 다양한 이름들이 원래의 뜻을 따라 앳(at)으로 바뀌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청 교수는 “‘@’의 이름들을 살펴보면 각 나라 사람들의 재치 있는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며 “이처럼 다양한 이름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통일하면 나라 간 의사소통은 더 편리해지겠지만, 세계 각국의 풍성한 언어문화는 잃을 수도 있다”며 “각 나라의 흥미로운 언어들을 잘 살려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사에 소개된 각 나라의 낱말들은 연구자가 편의상 영어로 표기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것입니다. 현지 언어와 발음이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