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파란 가을 하늘을 닮아 진보라색 꽃물을 터뜨리는 꽃이 있다. 용담(龍膽)이다. 용담
뿌리가 하도 쓰다보니 곰쓸개보다 더한 용 쓸개에다 비유해 놓은 것이다. 얼마나 썼으면 먹어본 적도 없는 상상의 동물 용 쓸개에다 견주어
놓았을까. 용담은 아침 이슬을 받아 마시고 파란하늘을 보며 피어나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이나 밤이 되면 입술을 다물고 열지 않는다. 요새 며칠
동안 영서지방에 날이 꾸물거리고 많은 비 내려 용담꽃 구경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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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이 피기전 자주색 꽃망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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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용담은 팔월 중순부터 개화를 시작하면 시월말까지 오래도록 꽃을 피워낸다.
그 중에서도 요즘처럼 하늘색이 파랗게 물들 때의 꽃물이 가장 요염하고 아름답다. 꽃들은 줄기와 잎 사이에서 겨드랑이를 간질이며 피어난다.
겨드랑이 안에서 두세 송이씩 피어나기 때문에 마술을 보듯 경이롭다. 더구나 작은 종 모양의 꽃물이 자주색에서 진 보라색으로 서서히 변하며
피어나는 모습은 몸이 오싹하리만큼 시리고 청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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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에서 진보라색으로 변해 가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몸이 시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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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큰 키에 비해 줄기는 가늘어 가을바람이 설렁일 때마다 쓰러질 듯
휘청거리다가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줄기차게 버티고 일어난다. 그러나 잎 모양은 가장자리가 밋밋하여 달걀처럼 원만하고 보기에 따라선 물결모양을 보듯
서늘하다. 물결처럼 꽃잎이 서늘하게 일렁일 때마다 '당신이 슬퍼하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하고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그래서 이 때 꽃말은
'애수'이다. 그러나 수염을 닮은 뿌리는 독살스런 약초의 근성을 단단히 보여주기 때문에 꽃말이 '정의'로 바뀌며 분위기를 금세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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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전 또다른 모습, 마치 물결이 일렁이듯 시원스레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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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예부터 용담은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혈압을 낮추고 간의 열을
내린다' 했다. 류머티스, 관절염, 팔다리마비, 부스럼 치료에다 항암효과까지 있다한다. 또 간염으로 눈동자가 노랗게 변하고 간이 부어오를 때
'용담간사탕'의 약재로도 쓰인다하니, 간이 나빠 고생을 한다면 한 번 시험해 봄이 어떨까 싶다. 용담 한 뿌리를 캐어내 물에 헹궈 한 줄기를
자근자근 씹노라니 별안간 입안에 쓴맛이 돌아 혓바닥이 확확 달아오르고 시간이 지나도 알알한 기운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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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쓸개보다 더 쓰거운 용담 뿌리, 하도 써 입안이 얼얼할 정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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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이 곳 양지마을에 용담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물론, 이야기의 내용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옛날 용화산 끝자락에 한 농부가 살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땔나무를 하러 갔다 포수에게 쫓겨 헤매는
토끼 한 마리를 나무 단 속에 숨겨 생명을 구해줬다. 토끼는 자기를 살려낸 농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다음 날 눈 속에서 처음 보는 풀뿌리를
보여주며 먹어보라 했다. 뿌리를 씹는 순간 하도 쓰거워 '이놈의 토깽이가 나를 속여, 배은망덕하게' 소리를 치며 토끼를 죽이려는 순간, 토끼가
산신령으로 변해 이르기를 '이 뿌리는 용담이라는 귀한 약초다. 간이 나빠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신약이니 캐어다 팔아라' 농부는 그날부터
약초를 캐다 시장에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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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모양을 닮은 용담의 또 다른 청초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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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우리 집 들꽃 정원엔 지금 구절초, 쑥부쟁이, 층꽃이 함께하고 있다.
층꽃도 보라색이다. 공교롭게도 층꽃과 구절초엔 많은 벌들이 날아들어 꿀물을 빨아내고 있는 데 용담 꽃엔 벌들이 얼씬도 안한다. 잎도 쓴 것일까,
아니면 쓴 뿌리에서 풍겨나는 냄새 때문일까. 자연의 섭리를 어찌 설명해야 좋을까. 층꽃 속에서 퐁당거리는 모습을 보며 사진 몇 컷을 더 찍어내도
벌들은 꿀물을 빨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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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피어있는 층꽃엔 벌이 날아들어도 용담꽃엔 벌이 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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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벌써 설악산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는 소식이다. 가을이 깊어 가면 용담
잎들도 조금씩 자주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용담 꽃들이 물빛을 잃어가고 용담 잎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나도 서서히 단풍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을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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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잎은 네개의 가는 줄기가 나란하고 꽃들은 겨드랑이에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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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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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파란 가을 하늘을 닮아 진보라색 꽃물을 터뜨리는 꽃이 있다. 용담(龍膽)이다. 용담
뿌리가 하도 쓰다보니 곰쓸개보다 더한 용 쓸개에다 비유해 놓은 것이다. 얼마나 썼으면 먹어본 적도 없는 상상의 동물 용 쓸개에다 견주어
놓았을까. 용담은 아침 이슬을 받아 마시고 파란하늘을 보며 피어나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이나 밤이 되면 입술을 다물고 열지 않는다. 요새 며칠
동안 영서지방에 날이 꾸물거리고 많은 비 내려 용담꽃 구경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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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이 피기전 자주색 꽃망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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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용담은 팔월 중순부터 개화를 시작하면 시월말까지 오래도록 꽃을 피워낸다.
그 중에서도 요즘처럼 하늘색이 파랗게 물들 때의 꽃물이 가장 요염하고 아름답다. 꽃들은 줄기와 잎 사이에서 겨드랑이를 간질이며 피어난다.
겨드랑이 안에서 두세 송이씩 피어나기 때문에 마술을 보듯 경이롭다. 더구나 작은 종 모양의 꽃물이 자주색에서 진 보라색으로 서서히 변하며
피어나는 모습은 몸이 오싹하리만큼 시리고 청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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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에서 진보라색으로 변해 가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몸이 시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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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큰 키에 비해 줄기는 가늘어 가을바람이 설렁일 때마다 쓰러질 듯
휘청거리다가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줄기차게 버티고 일어난다. 그러나 잎 모양은 가장자리가 밋밋하여 달걀처럼 원만하고 보기에 따라선 물결모양을 보듯
서늘하다. 물결처럼 꽃잎이 서늘하게 일렁일 때마다 '당신이 슬퍼하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하고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그래서 이 때 꽃말은
'애수'이다. 그러나 수염을 닮은 뿌리는 독살스런 약초의 근성을 단단히 보여주기 때문에 꽃말이 '정의'로 바뀌며 분위기를 금세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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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전 또다른 모습, 마치 물결이 일렁이듯 시원스레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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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부터 용담은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혈압을 낮추고 간의 열을
내린다' 했다. 류머티스, 관절염, 팔다리마비, 부스럼 치료에다 항암효과까지 있다한다. 또 간염으로 눈동자가 노랗게 변하고 간이 부어오를 때
'용담간사탕'의 약재로도 쓰인다하니, 간이 나빠 고생을 한다면 한 번 시험해 봄이 어떨까 싶다. 용담 한 뿌리를 캐어내 물에 헹궈 한 줄기를
자근자근 씹노라니 별안간 입안에 쓴맛이 돌아 혓바닥이 확확 달아오르고 시간이 지나도 알알한 기운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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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쓸개보다 더 쓰거운 용담 뿌리, 하도 써 입안이 얼얼할 정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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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 양지마을에 용담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물론, 이야기의 내용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옛날 용화산 끝자락에 한 농부가 살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땔나무를 하러 갔다 포수에게 쫓겨 헤매는
토끼 한 마리를 나무 단 속에 숨겨 생명을 구해줬다. 토끼는 자기를 살려낸 농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다음 날 눈 속에서 처음 보는 풀뿌리를
보여주며 먹어보라 했다. 뿌리를 씹는 순간 하도 쓰거워 '이놈의 토깽이가 나를 속여, 배은망덕하게' 소리를 치며 토끼를 죽이려는 순간, 토끼가
산신령으로 변해 이르기를 '이 뿌리는 용담이라는 귀한 약초다. 간이 나빠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신약이니 캐어다 팔아라' 농부는 그날부터
약초를 캐다 시장에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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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모양을 닮은 용담의 또 다른 청초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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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우리 집 들꽃 정원엔 지금 구절초, 쑥부쟁이, 층꽃이 함께하고 있다.
층꽃도 보라색이다. 공교롭게도 층꽃과 구절초엔 많은 벌들이 날아들어 꿀물을 빨아내고 있는 데 용담 꽃엔 벌들이 얼씬도 안한다. 잎도 쓴 것일까,
아니면 쓴 뿌리에서 풍겨나는 냄새 때문일까. 자연의 섭리를 어찌 설명해야 좋을까. 층꽃 속에서 퐁당거리는 모습을 보며 사진 몇 컷을 더 찍어내도
벌들은 꿀물을 빨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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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피어있는 층꽃엔 벌이 날아들어도 용담꽃엔 벌이 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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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설악산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는 소식이다. 가을이 깊어 가면 용담
잎들도 조금씩 자주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용담 꽃들이 물빛을 잃어가고 용담 잎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나도 서서히 단풍 속으로 자신을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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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잎은 네개의 가는 줄기가 나란하고 꽃들은 겨드랑이에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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