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세고비아 이야기

2008. 7. 14. 22:54사진·동영상 자료/4.사진자료

 

 

 

 

 

예술의 도시...하면 파리를 떠올리지만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너무나 익숙한 지명에 놀라게 된다.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를 향해 올라가면서

보고싶은 도시가 많아

짧은 일정에,  선택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아랑훼스 협주곡으로 유명한 아랑훼스..

산 세바스티안..

돈키호테의 무대 라만차 지방..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기독교 3대 성지에 속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이빌라의 성녀 테레사가 태어난 아빌라..

 

스페인은

예술의 향기가 스며있는 아름다운 순례지가 아닌가?

 

 

 

 

 

볼 수 없고 갈 수 없는 도시들에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마드리드에서 가까운 세고비아로 향하는 길에

작은 마을, 엘 에스코리알을 둘러본다.

 

과다라마 산맥의 산기슭에 자리잡은

이 작은 마을을 들어서니

산골의 고요함과 적막함에 쓸쓸한 기운마저 감돈다.

 

 

 

 

 

웅장한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이

그 위용을 자랑하지만

아기자기한 붉은 지붕의 집들은

예쁜 소꿉처럼 가지런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마드리드 시민들의 별장으로 각광받는다는 이 도시는

수도원과 별장이라는 그 특수성 때문인지

너무도 한적하여

길을 걷는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만 자박거린다.

 

 

 

 

 

 

로마시대의 수도교가 유명한 세고비아를 찾아들며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듯 눈이 반짝거린다.

 

평화스럽지만 조금은 황량한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숲 속 궁전처럼 아름다운 도시가

멀리, 햇살에 신기루처럼 서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잠깐씩 잊혀져서

전설로만 이어지는 궁전같은 세고비아를 보기 위해

달팽이관 모양으로 난 길을 빙글빙글 돌아 도시의 중심부로 향한다.

 

 

 

 

 

로마인들이 세운 거대한 수도교 주변으로

중세의 유적들이 옛모습 그대로 서 있다.

차 한대 겨우 비집고 들어갈 골목을 올라가면

작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 주변으로 방사선 모양의 골목들이

정겨운 모습으로 도란도란 옛 얘기들을 품고

아늑하게 앉아있다.

 

 

 

 

 

15Km 이상 떨어진 아세베다 강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원 1세기 전후에 지어졌다는 이 거대한 로마 수도교를 보며

당시 로마인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또다시 감탄한다.

 

5년 전..프랑스 남부지방을 여행하면서

같은 규모의 로마 수도교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은

조금은 이질적인 이 수도교를 보며

참으로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로마 사람들의 지혜와

뛰어난 기술력에 새삼 놀라게 되는 것이다

 

 

 

 

 

 

디즈니 영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델이 되었다는 알카사르가

언덕 위에 아름답게 서 있다.

중세의 중후함과

날렵한 여인같은 우아함이 어울어져

묘한 여운을 남기는 세고비아는

갈길 바쁜 나그네의 옷자락을 자꾸만 잡아당겨

뒤돌아보게 한다.

 

 

 

 

 

마을 어귀에서 벗어나

떠나는 언덕 위에서 세고비아를 돌아다 본다.

 

뒤돌아 보아서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롯의 아내처럼

미련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환락의 구렁텅에 빠져있던 소돔과 고모라도

겉모습은

저 세고비아처럼 아름다웠을까?

 

 

 

 

 

밀어보고 당겨보고..

한 곳만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춰보고..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세고비아의 풍경을 이리저리 담아보지만

강한 한낮의 햇살은

프레임 속 풍경을 부옇게 흐려놓기만 할 뿐

오래 머물 수 없는 나그네의 마음만 타게 한다.

 

 

 

 

 

아! 어찌하랴?

때가 되면, 더 머물고 싶어도 머물 수 없고

최상의 아름다움을 탐하는 내 욕심도

어쩌면 이브의 선악과 같은 유혹일 뿐일진대

잠시 스쳐가는 길..

아름답고 영원한 그 무엇을 잡겠다고

이리 내 마음이 부산스러운 것인가?

아쉽지만 

나와 눈맞추었던 그 시간, 그 공간이

가슴 저릿하게 감사한 것을..

어차피 우리 모두는,

여행이라는

시리고도 아름다운 길 위에 서 있음에...

 

 

 

 Bells of San Sebastian /Giovanni Marradi
 
 
 
 
 

 

 

출처 : 세고비아 이야기
글쓴이 : Scheherazad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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