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의 아침편지/3월에

2008. 3. 14. 19:22일반자료/6.좋은글 자료

이수정의 아침편지/3월에


       
       
      3월에 -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내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을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동짓달 눈보라 몰아칠 때 
      따듯한 아랫목 아니면 
      그 추위 누가 견딜 수 있을까요? 
      그 때에도 눈보라 다 받아주고 
      찬 서리 다 받아주던 대지는 
      어느덧 봄날에 죽지 않고 
      새싹을 티우며 부활의 신비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나의 온갖 더러운 오물을 
      다 받아서 새것으로 싹 티우는 대지는 
      나를 나 되게 만드는 든든한 
      버팀목과 같이 느껴집니다. 
      늘 곁에 있으면서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양식을 
      내어주는 그대 있기에 
      나의 입가에 미소가 가능한 것이지요. 
      묵묵히 대지처럼 
      나와 함께 하는 당신이 있기에....
      이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