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여거사(八餘居士)

2007. 11. 1. 22:39참고자료/4,예화자료

중종 때 명신 김정국(金正國1485-1541)은 서른네살 때 기묘사화로 선비들이 죽어나갈 때 동부승지의 자리에서 쫓겨나 시골집으로 낙향을 해 고향에 정자를 짓고 스스로 팔여거사(八餘居士)라 불렀습니다.  

 

'팔여(八餘)'란 여덟 가지가 넉넉하다는 뜻인데 녹봉도 끊긴 그가 '팔여'라고 한 뜻을 몰라 

의아하게 생각한 친한 친구가 그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김정국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 넉넉하게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길 수 있기에 '팔여'라 했네."  

 

김정국의 말을 듣고 그 친구는 팔부족(八不足)으로 화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자네와 반대로 사는 사람도 있더군.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어도 부족하고,  

휘황한 난간에 비단 병풍을 치고 잠을 자면서도 부족하고,  

이름난 술을 실컷 마시고도 부족하고,  

울긋불긋한 그림을 실컷 보고도 부족하고,  

아리따운 기생과 실컷 놀고도 부족하고,  

희귀한 향을 맡고도 부족하다 여기지.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 부족한 게 있다고 부족함을 걱정하더군."  

 

우리가 부족한 것을 따지자면 한이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넉넉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본다면 내가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놀라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원래 빈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나 얻은 선물이라 할 것입니다. 감사는 가진 바를 족한 줄로 알 때 절로 생기기 마련이라 생각됩니다. 

 

가로되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 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욥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