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내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을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동짓달 눈보라 몰아칠 때
따듯한 아랫목 아니면
그 추위 누가 견딜 수 있을까요?
그 때에도 눈보라 다 받아주고
찬 서리 다 받아주던 대지는
어느덧 봄날에 죽지 않고
새싹을 티우며 부활의 신비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나의 온갖 더러운 오물을
다 받아서 새것으로 싹 티우는 대지는
나를 나 되게 만드는 든든한
버팀목과 같이 느껴집니다.
늘 곁에 있으면서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양식을
내어주는 그대 있기에
나의 입가에 미소가 가능한 것이지요.
묵묵히 대지처럼
나와 함께 하는 당신이 있기에....
이수정 드림